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경로당에서 열린 ‘수니와 칠공주 팬클럽’ 창단식 모습.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평균 나이 85세 할머니들로 구성된 칠곡할매 힙합 그룹 ‘수니와 칠공주’를 응원하는 팬클럽이 등장해서 화제다.

팬클럽에는 며느리와 손주는 물론 각계각층 주민과 군수 등 50여 명이 이름을 올리며 할머니들 응원에 나섰다.

‘수니와 칠공주’는 최고령자인 정두이(92) 할머니부터 최연소인 장옥금(75) 할머니까지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할머니 8명이 뭉쳐 지난달 31일 경로당에서 창단식을 했다.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쉬움은 물론 전쟁의 아픔과 노년의 외로움을 표현한 할머니들의 자작시를 랩 가사로 바꾸며 일곱 곡을 선보였다.

팬클럽 회장은 그룹의 리더인 박점순(81) 할머니의 며느리 금수미(52) 씨가 맡았다.

금 회장은 할머니들이 힙합 그룹 활동에 필요한 의상과 신발 등의 물품 마련에 사용해 달라며 100만 원을 전달하고 팬클럽 회원을 모집하고 나섰다.

또 금 씨의 아들이자 박점순 할머니 손자인 강경우(25) 씨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강 씨는 지난해 경찰 임용 시험에 합격해 서울에서 경찰관으로 근무 중이며, 쉬는 날 동료 경찰관을 대신해 근무하며 받은 수당 100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이와 함께 서무석 할머니의 아들 전용식(62) 씨는 붓글씨로 “꽃보다 아름다운 수니와 칠공주 래퍼 그룹 창단을 축하드립니다. 사랑합니데이”라는 문구를 작성해 응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팬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수니와 칠공주를 SNS에 소개하고 공연장을 찾아 할머니들을 격려했다.

이 밖에 지역기업인과 사회단체에서도 따뜻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질 전망이다.

팬클럽 회원과 가족은 수니와 칠공주가 펼치는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또래 할머니를 위한 위로공연에 앞서 현수막을 흔들고 환호하며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금수미 회장은 “시어머니의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랩을 들었을 때 남편과 함께 밤새 울었다”며“부디 100세까지 랩을 부르며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 계시길 간절하게 바란다”고 했다.

김재욱 군수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어르신들이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는 삶을 살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정 기자
박태정 기자 ahtyn@kyongbuk.com

칠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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