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창립 55년 만에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 파업 위기를 맞았던 포스코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다행히 노사가 한발씩 물러섰다. 노조가 지난 5월부터 스무 차례에 걸쳐 임단협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지난달 23일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 긴장이 지속돼 왔다.

포항 시민은 노조 집행부 70% 정도가 강성 민주노총 출신이라 자칫 파업으로 치닫지 않을지 우려했지만, 사측과 협상을 재개해 가습을 쓸어내리게 됐다. 집행부 구성원이 비록 민주노총의 강성 쟁의에 질려 탈퇴한 조합원이 대부분이라지만 쟁의행위 특성상 강대 강 대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우려했는데 다행히 협상 테이블에 머리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의 임단협 온도 차가 커서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노조가 사측에 ‘기본급 13.1% 인상·자사주 100주 지급’ 등 임금성 요구안 23건 등 모두 86건을 요구했지만 임금성 사안 10건을 포함한 32건만 제시하면서 의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결렬 선언으로 이어졌다.

지난 6일 노조는 쟁의대책위 구성 등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당시 일부 대의원들이 “20차례의 교섭이 진행됐지만, 사전 준비 등으로 인해 실제 임금교섭은 4차례밖에 되지 않아 사측 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쟁의행위에 앞서 사측과 교섭 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19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김성호 노조 위원장이 회동을 갖고 교섭 재개에 나섰다. 노조는 사측과 교섭 시한을 10월 5일까지로 하고 교섭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랜 대치 끝에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한 만큼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최근 5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에 합의한 현대자동차 노사처럼 포스코 노사도 통 큰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코로나19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올해 들어서도 경제 불황의 그늘이 깊어서 노조의 극단적 쟁의행위로 포항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 주름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 포스코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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