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대표·언론인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로 급선회하고 있는 추세다. 민주당은 이 대표 영장기각이 마치 무죄판결을 받은 듯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한층 기세를 올린 당 지도부는 그동안 이 대표에 반기를 든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숙청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은 “검찰과 한통속이 된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은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면서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될 것”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며 숙청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또 “당 지도부는 앞으로 이 대표를 지키고 당을 더욱 강건하게 지켜낼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 대표의 직인이 찍힌 총선 공천장이 총선 승리를 부르는 나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겠다는 취지의 의원결의문까지 채택했다. 이날 이 대표는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통화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며 “이번 선거는 국정 실패를 심판하는 전국적 선거기 때문에 이런식의 정치는 반드시 국민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윤 정부에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때부터 머릿속에 자신의 진로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듯하다. 그가 선거에서 17만여 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지만 초접전의 후광으로 대중적 인지도와 탄탄한 지지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는 대선 기간 잠시 미뤄진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된 검찰 수사를 윤 정부에서 순순히 받고 법정을 드나들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2027년 차기 대선 출마에 대비해 낙선 후의 플랜B까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 검찰 수사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방어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는 길과 민주당 대표가 되어 당의 전권을 휘어잡아 방탄국회를 만들어 검찰 수사를 피해 보자는 치밀한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추론이 된다.

공교롭게도 그의 계획대로 대선후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당의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진다면서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이 대표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송 대표는 또 서울 시장에 출마한다면서 인천 계양구을 의원직까지 사퇴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기회까지 만들어졌다. 이 대표의 플랜B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당 대표에 선출되고 이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수순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이 대표는 이후 당권을 장악해 당헌·당규까지 고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경우에도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호신 장치’까지 마련했다. 그는 방탄국회를 만들고 쉴새 없이 탄핵, 해임, 국정조사, 특검으로 윤 정부와 여당이 숨 쉴 여유도 없게 밀어붙이고 절대다수의 의석으로 ‘검수완박법’등 각종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강공 정책을 폈다. 검찰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 그는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단식이라는 배수진을 쳐 법원으로부터 영장 기각이라는 천군만마의 도움까지 받았다. 그는 마치 무죄라도 받은 듯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제안까지 하고 나왔다. 앞으로 그에겐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는 길만 남았다. 내년 총선 공천장은 이 대표를 ‘만인지상’의 지도자로 옹립하는 카드로 보인다. 여기엔 민주적 절차는 생락된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베츠키와 대니엘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서로 적대하는 정당’ ‘양극화된 정치’ ‘파괴되는 규범’ ‘선출된 독재자’에 의해 이뤄진다고 했다. 양극화의 정치, 적대적 양당정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정치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참에 국민은 어느 정당이 민주주의를 좀먹고 있는지를 살펴 내년 총선에 한 표를 행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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