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마음 표지
‘오브젝트’ ‘원모어백’ 등 유명 소품숍에서 개인전을 열고, 책방과 다양한 팝업 행사에서 그림을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들로 사랑받고 있는, 그림 작가 단춤의 첫 만화 에세이 ‘이달의 마음’(글·그림 단춤, 세미콜론)이 출간됐다.

이번 단행본에서는 작가를 대변하는 화자들을 통해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그만의 매력적인 손그림과 손글씨를 담은 이 책의 작업 과정은 참 특별하다. 단춤 작가는 디지털 드로잉보다는 종이에 그리는 방식을 고수해 모든 원고의 토대를 연필과 펜으로 그렸다.

종이에 연필로 초안을 작업한 다음, 펜으로 테두리를 따라 그린 후, 튀어나온 연필 선을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워 완성하는 것이 원고의 기본 작업 방식이다.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선 하나하나마다 작가의 손맛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볼거리는 앞부분에 실린 원화 작품이다.

색지를 오리고 붙여 전체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종이 아트웍 기법을 활용한 원화로, 종이의 질감과 색감을 통해 계절별 나무의 모습과 하늘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표현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담은 만화 24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배치했다. 열두 달 바뀌는 계절감과 마음의 공통점을 한데 엮은 것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단정한 만화와 생동감 넘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원화를 흠뻑 즐겨보길 바란다.

누군가를 미워하다 하루를 날려버린 적,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뀌어 내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있는가? 나를 칭찬하는 날보다 자책하는 날이 많진 않은가? 스스로에게 다정을 베풀 여유조차 없는 요즘, 이 책은 자기 확신이 부족한 우리에게 마음을 점검할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다.

작가 단춤은 크고 작은 마음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작은 외로움과 큰 두려움, 작은 기쁨과 큰 만족 모두 마음 주머니에 담아두고 찬찬히 들여다본다. 마음의 시작과 끝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순간순간 느꼈던 자잘한 감정들을 세심히 기록하는 것이 그의 취미이자 특기이다.

그래서 그의 글과 그림은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마음과 똑 닮았는지도 모른다. 말로 설명하긴 구차해 일기에 쓸 법한 자잘한 마음을 기교 없이 솔직하게 풀어냈기 때문에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외면했던 나의 모난 감정이 다른 이에게도 자주 일어나는 평범한 감정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까.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소란스러운 마음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사소한 감정들도 뜯어보아야 한다. 단춤이 날씨 같은 변덕스러운 마음과 씨름하며 결국 남에게도, 나에게도 다정한 사람이 되었듯이 말이다.

이 책이 어디에도 말하지 못해 꾸겨두었던 마음을 두 손 가득 힘을 모아 활짝 펴볼 수 있는 용기가 되길. 그렇게 활짝 편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볼 여유를 주길 바란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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