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 표지
‘길 위에서’로 미국 현대 문학에 크나큰 충격을 남긴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 잭 케루악의 자전적 소설 ‘빅 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빅 서’는 케루악이 캘리포니아의 빅 서 해변에서 보낸 1961년 가을, 단 열흘 동안에 쓰인 작품이다.

‘길 위에서’가 발표되면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케루악은 미국 문단의 총아이자 카운터 컬처(counter culture)의 기수로 떠올랐고, 그 이후 5년 동안 원치 않았던 명성의 해악과 알코올중독 증상에 시달린다.

그는 홀로 있을 시간과 자연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빅 서 해변에 위치한 친구의 외딴 오두막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 생활에서 곧 외로움을 느끼고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과음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빅 서 해변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나날 속에서, 그는 자연 앞에서 느끼는 실존적 낯섦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쇠퇴해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자신의 분신이자 화자인 잭 들루오즈의 시각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기술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젊은 작가 샐 파라다이스와 태양 같은 정열을 발산하는 청년 딘 모리아티가 미국 동서부를 횡단한 세 번의 여행을 그린 소설 ‘길 위에서’는 1950년대 미국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자유로운 생활과 열린 정신에 영감을 받은 젊은 비트족들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2차 대전 직후 경제적 황금기를 누리던 미국 사회의 소비주의적, 물질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했다.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하거나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고, 재즈나 록큰롤 등의 음악에 깊이 빠졌다. 직업을 갖고 주택 대출금을 내는 인생이 아니라 길 위를 떠도는 부랑자의 삶을 살았고,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여러 상대와 함께 성적(性的)으로 열린 생활을 영위했으며, 알코올과 마약 등을 탐닉하는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삶을 추구했다. 이들은 곧이어 1960년대의 주류 문화가 될 히피의 선배 격이기도 했다.

‘비트’라는 용어는 케루악이 소설가 친구인 허버트 헝크(Herbert Huncke)와 대화하며 처음 쓴 말로, 무일푼에 전망도 없는 신세를 뜻한다. 이들 비트닉(Beatniks)의 원조인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 루시언 카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만났다. 이 모임은 점차 확대되었고, 주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스 등지를 오가며 뜻이 맞는 다양한 이들과 생활을 함께했다. 이들 중에서 케루악 외에도 유대계 좌파 동성애자인 시인 앨런 긴즈버그과 유대계 우파 소설가인 윌리엄 버로스가 끝까지 비트 세대의 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남았다.

케루악의 대표작인 ‘길 위에서’는 타자 용지를 두루마리처럼 길게 이어 붙인 36미터짜리 종이 위에, 단 3주 만에 써 내려간 작품이었다. 실험적인 필체, 약물 사용과 동성애 묘사 등의 선정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여러 출판사에 거절당한 끝에 1957년에야 간신히, 그것도 대대적인 삭제 및 수정, 그리고 익명화 작업을 거친 후, 출간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