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 입체북.
시원한 바람과 청명한 풍경, 코끝으로 느껴지는 맑은 공기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이다.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띵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주제는 바로 ‘바게트’. 손가방에 바게트와 책을 꽂고서 당장이라도 피크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빵 책 ‘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정연주 지음,세미콜론)가 출간됐다.

요리 잡지 기자 출신의 정연주 작가는 현재 프리랜서 푸드 에디터이자 요리책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음식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저자가 그간 수없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것 중에서 택한 단 하나, 바게트를 향한 사랑 고백을 펼친다.

1일 1바게트로도 모자라 직접 발효종을 키워 매주 바게트를 굽고 급기야 빵을 먹기 위해 근육까지 준비하는, 한마디로 선의의 ‘바게트 빌런’이 작정하고 보여주는 바게트의 맛과 멋을 책 한 권에 밀도 있게 담았다.

이 책의 저자 정연주는 사법시험 준비 중 진정 원하는 일은 ‘요리하는 작가’임을 깨닫고 진로를 바꾸었을 만큼 좋아하는 일에 진심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자세히 귀 기울이고 마음을 쏟을 줄 아는 진심은 바게트 앞에서도 빛을 발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바게트가 지닌 “연한 모래색에서 황갈색, 짙은 갈색으로 변화하는 그라데이션”만큼이나 다채로운 바게트 세상이 펼쳐진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새삼스럽게 사랑에 빠진 바게트에 대한 예찬을 시작으로 바게트를 향한 ‘찐’ 사랑을 보여준다. 틈만 나면 바게트 맛집을 검색해 지도 앱에 색색깔의 별로 저장해두고서 약속만 생겼다 하면 근처 맛집을 순회하는 것은 일상다반사. 오로지 맛있는 바게트를 먹겠다고 악명 높은 배차 간격의 경의중앙선을 견디고 길바닥에 시간을 버리면서 몇 개의 구를 지나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급기야 바게트의 파삭파삭한 겉껍질과 쫄깃한 속살을 원할 때마다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형태로 커스텀”하기 위해 직접 반죽하고 굽는 경지에 이른다. 모양도 맛도 식감도 만족스러운 바게트를 만들고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매일 반죽을 시도하고 레시피를 연구한다.

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 3

맛있는 바게트를 사수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언제든 바게트를 더 맛있고 즐겁게 먹기 위해 각종 치즈와 잼, 버터, 햄, 허브 등 “‘빵님’만 들어오시면 완성되는 빵태계 사무실”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요, 최상의 온도와 최적의 환경에서 바게트를 굽기 위해 맥반석을 사고, 반죽을 들고 출퇴근하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감내한다. 하다 하다 이제는 캠핑장에서 장작불로 바게트 굽기에 도전 중이다. 이렇듯 자신이 바라는 바게트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바게트와 함께하는 ‘바게트 생활자’의 기상천외하고 사랑스러운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