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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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볕에 공기에
익는 벼에
눈부신 것 천지인데,
그런데,
아, 들판이 적막하다―
메뚜기가 없다!

오 이 불길한 고요―
생명의 황금 고리가 끊어졌으니……

[감상] 인간은 흙으로 만들어졌다. 성서(聖書)에는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Homo’(호모)는 살아 있는 흙을 뜻하는 ‘Humus’(후무스)에서 나왔다. 우리는 모두 흙에서 태어나 흙 위에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무분별한 농약(農藥)의 남용으로 지구 전체 토양의 3분의 1이 훼손되고 유기물이 손상된 상태라고 한다. 사막화된 토지, 녹아내리는 흙, 시멘트로 뒤덮인 땅, 화학성분으로 병든 땅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준엄한 현실이다. 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생명의 황금 고리가 끊어졌”다는 증언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들판에 메뚜기가 사라졌다. 메뚜기뿐만 아니라 개구리, 미꾸라지, 방아깨비, 투구새우, 우렁이도 자취를 감췄다. “불길한 고요”를 넘어 “생명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뼈아픈 인식은 탄식과 통한의 고발이다.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수많은 병증(病症)은 단언컨대 흙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흙에서 멀어지면 병원과 가까워진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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