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인간 세상은 사람과 사람 사이 국경 없는 전쟁터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전쟁터에서 전술을 미리 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가 대낮에 속옷 자락을 들춰 보이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그런 행동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정신이상자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많은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항상 스스로를 잘 단속하고 침묵해야 한다. 그러면서 기대감을 고조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어딘가 비밀스러운 부분을 남겨둬야 한다. 그것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지속적인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을 드러낼 때는 무엇인가 범상한 구석이 있는 것처럼 함이 좋다. 그렇다고 거짓행실을 해선 안 된다. 특히 남녀관계가 아닌 경우에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은 것은 지혜의 성역이다.

속마음이 입 밖으로 새어나간 무의미한 말은 좋은 평가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래서 차라리 침묵함이 더 낳다. 침묵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선 영문을 알 수 없어 초조 긴장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잘못한 건 아니다.

속마음을 드러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상대를 불안에 떨게 할 뿐만 아니라 온갖 추측을 하게 하여 함정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

별것 아닌 한마디 말이나 행동이 자기 자신에 대해 남이 평가를 달리하게 한다. 그래서 행동거지 함부로 하지 말라 한다.

평소 말을 잘하지 않고 남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저 사람 가슴에는 무엇이 들어 앉아 있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말을 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무엇보다도 궁금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추측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 상대방을 함정으로 몰아넣을 수가 있다.

중국의 고서 중 하나인 채근담을 보면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어 남용하지 말라, 또한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숨겨야 할 텐데 도리어 그것을 드러낸다면 이는 총명해도 어리석은 병통이 있는 것이니 어떻게 망하지 않겠는가?’ 라는 말이 적혀있다.

쉽게 아무렇게나 속마음을 드러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은 지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마디로 지혜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삶은 전쟁터이다. 전쟁터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술이다. 인간의 삶과 관련 전술이 곧 속마음이다. 전쟁터에선 전술을 상대에게 노출시키느냐 철저하게 숨기느냐가 곧 전쟁의 승패를 달리한다.

삶 또한 그렇다.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입 밖으로 내놓아선 안 된다. 속마음을 드러내는 그 순간 이미 패자가 된 것과 다르지 않다. 기업경영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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