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생백년 아카데미

개그우먼 겸 방송인 이성미가 ‘2023인생백년 아카데미’가 열린 대구 서구문화회관에서 ‘사랑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인생은 모두 죽음으로 가는 길을 걷는 것인데, 그 길을 어떻게 걸을지 고민은 내가 하는 거예요.”

올해 첫 인생백년 아카데미 행사의 막을 연 개그우먼 이성미(64)씨가 스스로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암 치료 과정에서 깨달은 인생철학을 전하는 자리에서다.

이성미씨는 18일 대구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한 ‘2023 인생백년 아카데미’ 첫 강사로 나섰다.

대구 서구문화회관에서 ‘사랑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을 주제로 특강에 나선 이씨는 먼저 부부간 관계에서의 마음가짐이 변한 계기를 전했다. 그는 “7년 정도 됐다. 유방암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또 “우리 엄마가 12살에 돌아가셨는데, 암에 걸렸을 때 우리 딸이 12살이었다”면서 “똑같이 그 시기에 죽는 것은 아닌가, 인생에 엄마가 없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게 없다고 생각해서 꺼이꺼이 울었다”고 슬펐던 기억을 회상했다.

이씨는 이어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데,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쓴 후에 남편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니까 쓸 말이 없더라”라면서 “그때 다시 돌아오면 남편부터 사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던 화분을 치우면 자국이 남듯이 부부도 있다가 없으면 그 빈자리가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욕하는 삶이 아니라 하루하루 시간을 즐겁게 알차게 보내길 당부했다. 암 치료 기간에 병원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도 함께 전했다.

이씨는 특히 “병원에 있을 때 매일 같은 시간에 병실을 나왔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암 말기였다”면서 “매일 나오는 이유를 묻자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아서요’였다. 남에게 없는 시간, 그 귀한 시간을 살아가면서 내 존재에 대해 바닥을 내려쳐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렇게 귀한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라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다”고 힘줘 말했다.

관객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부간 관계에 대한 철학을 전하던 이씨는 관객들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배우자의 별칭을 물었다. ‘왕비’와 ‘연꽃천사’, ‘사랑꾼’, ‘엄지척’ 등 다양한 애칭을 듣던 중 ‘졸혼’으로 저장한 관객이 나타나자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이씨는 선물을 주면서 “결혼에 졸업은 없다. ‘‘졸혼’도, 이혼도 살면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한 사람과 평생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다 주는 게 아니라 나눠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마로 사는 삶에서 건강해야 하고, 관계에 있어 여유와 편안함을 일정 부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씨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주고 희생하고 애를 쓰면 기운이 빠지게 된다”며 “자녀와 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는 편안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위바위보에서 진 관객에게 선물을 건넨 그는 “나이 들어 보니까 지는 게 이기는 것이더라”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성미씨는 관객들에게 “자신감을 잃어 성형을 하면서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얼굴에 희노애락이 담겨야 한다”면서 “지금 예쁜 모습 그대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