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호 동시집
대구는 물론, 한국 아동문학계를 대표하는 동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하청호의 새 동시집이다.

197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후 50년 간 활발한 활동과 더불어 세종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등 한국 아동문학계의 주요 문학상까지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그는 이번 동시집을 통해 그의 문학 활동이 지난 반세기의 활동과 이어져 있으면서도,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의 열여섯 번째 동시집이기도 한 ‘동시가 맛있다면 셰프들이 화를 낼까’는 제목처럼 동시의 ‘맛’에 집중하는 책이다. 물론 요즘 유행하듯이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맛은 아니다. 그보다는 순수하고 따뜻한 맛에 더 가깝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을 위한 ‘동시’의 맛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동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6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것은 때로 “목마름을 걷어가는”(「물의 입술」) ‘물’의 맛이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하면 향기가 나는”(「말의 때」) ‘말’의 맛이기도 하며, “깊은 감동을 마음속에 놓고 가는”(「글자들이 달린다」) ‘책’의 맛이기도 하다. 또한 엄마와 할머니, 동생과 언니가 함께했던 ‘가족’과 ‘추억’의 맛이기도 하다.

물론 이처럼 다양한 동시의 ‘맛’을 선보이면서도 그는 한편으로 여전히 “밥 먹기 부끄럽다”(「벼꽃이 핀다」)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늘 새로운 감각과 발견을 통해 동시의 새로운 맛을 선보여 온 지난 50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이번 동시집에서 동시의 또 다른 새로운 맛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나비가 다치지 않을 만큼”(「다가가기」) 친구에게 다가가고, “지붕과 대들보와 주춧돌이 얘기를 나누며”(「기와집이 아름다운 것은」) 기와집의 멋진 곡선을 완성하고, “내 잠까지 끌어와 살포시 엄마를 덮어주는”(「엄마의 잠」) 마음, 즉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배려’이며 ‘다정함’이다.

하청호
그리하여 이 책은 “하청호 시인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세상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다정함이라고, 더 나아가 그 힘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임수현 시인의 평처럼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그러면서도 그 속에 다정함까지 가득한, 동시의 새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꾸밈없는 색채가 인상적인 원정민의 그림이 더해져 시인이 말하는 동시의 순수하고 따뜻한 ‘맛’을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시를 좋아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맛으로 가득한 요즘 세상의 맛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동시집이다.

하청호 시인은 이 책을 펴내며 땅속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는 ‘마중물’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용기, 놀라운 상상력을 퍼 올리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한편, 등단 후 50년 간 동시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에 ‘대구아동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대구 아동문학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노력해 온 그는 지난해부터는 대구문학관 관장으로 취임해 이제는 아동문학을 넘어, 대구 문학계 전반의 ‘마중물’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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