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 위험한 심부름 표지.
저자 김일광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 되지 않는 중견작가이다.

그는 호미곶에서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으며 창주문학상과 경상북도문화상, 애린문화상 등을 받았다. ‘친구가 생길 것 같아’, ‘울고 있는 숲’, ‘조선의 마지막 군마’, ‘동남제도 수호검’을 비롯해 40여 권이 넘는 작품집을 펴냈으며 산문집 ‘호미곶 가는 길’을 출판하기도 했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와 ‘귀신고래’는 해외에서 출판됐으며, 특히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며 그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번에 출판된 청소년 소설 ‘1958, 위험한 심부름』’은 1958년 5월에 있었던 영일군 을구의 국회의원 선거를 바탕으로 썼다. 이 선거는 연이은 부정선거로 재선거와 재재선거까지 치르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만 좇아가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고, 부정선거로 3선 대통령이 된 이승만 정권까지 치열한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한 줄로 기록한 사건에도 그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라는 한 아이가 있고, 세상이의 아버지와 엄마, 친구 ‘순이’가 있다.

주인공 세상이는 농사짓는 부모님과 평범하게 살고 있다. 세상이 아버지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진짜 세상이라 생각하며 아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도 세상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위험한 꿈이기도 했다.

보리 수확을 앞두고 불이 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로 세상이 아버지와 세상이의 친구인 순이 아버지까지 끌려가 감옥에 갇히게 됐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세상이 아버지를 의심하고, 예고 없이 나타나는 괴한들과 경찰들 때문에 세상이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그리고 옆집 사는 친구 순이까지 갈밭에 갔다가 낯선 사람들의 총에 맞아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도시에서 왔다는 낯선 아저씨들은 처음으로 세상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고, 순이 일도 진심으로 사과하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윽박지르거나 다그치는 법이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고, 세상이와 함께 세상이 아버지 일을 걱정해 준다.

그리고 세상이에게 묻는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억울하게 잡혀간 걸 알게 된다고 차근차근 ‘생각해’ 보라고 한다. 불안하기만 하던 세상이는 조금씩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가는 길에서 세상이는 경찰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지, 아버지는 물론 순이 아버지와 종만이 아저씨까지 왜 억울하게 경찰에게 맞고 잡혀가는지 알게 된다. 두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세상이는 이제 그전의 세상이가 아니었다. 어른들이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몸을 움직여 한 걸음씩 세상 속으로 발을 디딘다.

그리고 그 길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세상이를 응원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교수 아저씨가 있었고, 먼 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부정선거 현장을 기록하는 기자 아저씨도 있었고, 어려운 친구 순이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공장장 아저씨도 있었다. 협박하고 괴롭히는 어른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동등하게 대해 주는 어른들이 세상이가 걸어가는 길에 힘이 되어 준다.

세상이는 그 사람들의 지지 속에서 단단해져 갔다. 그리고 세상이는 위험에 처한 아저씨들을 위해 대신 길을 나서게 된다. 불안해하는 엄마를 오히려 다독이며 세상이는 위험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세상이는 그 길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가를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일종의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키만 자라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과 생각도 함께 성장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덩치만 커진 요즘 청소년과 성인들이 함께 읽어야 할 작품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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