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는 휴양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청년마을 꿈 꿔"

뚜벅이선발대 참가자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덕에서 뚜벅이마을과 함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보실래요?”

산·논·바다에서 모두 트레킹이 가능한 지역인 영덕에 청년들이 모여 최초의 트레킹 성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천천히 걸어나가며 잠시 쉬었다가는 휴양지가 아닌 지역에서 정착해 함께 삶을 살아내는 청년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성내5리 마을 회관 앞에서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 하고 있다.

2021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청년마을로 지정된 뚜벅이마을(경북 영덕군 영해면 예주2길 35)은 청년에게는 꿈을 펼칠 기회를,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뚜벅이마을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영덕을 ‘트레킹의 성지’로 만들고, 청년들에게 도시에서의 달리는 속도의 삶에서 벗어나 지역에서의 천천히 걷는 속도의 삶을 제안한다. 뚜벅이마을은 청년 주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을 청년들이 북적이는 동네로 탈바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뚜벅이마을을 통해 영덕군을 경험한 청년들 중 2021년 5명, 2022년 4명이 지역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올해는 청년 6주 영덕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영덕군 영해면의 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깨끗이 환경 정화하는 뚜벅 캠페인을 6회 실시했으며, 다양한 트레킹 프로그램을 통해 블루로드 및 영덕군, 영해면으로의 청년 유입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영덕군은 경상북도에서 추진하는 ‘청년행복 뉴딜프로젝트’ 공모사업을 통해 영덕에 정착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청년다오소’를 조성했다. 이 공간은 지역 내 방치돼 흉물이된 공간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현재 뚜벅이 마을을 운영하는 청년단체 (주)메이드인피플 및 영덕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영덕청년문화협동조합이 입주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고, 향후 지역 청년들의 소통공간 ‘청년모디소’가 조성될 예정이다.
 

천년 희망주

또한 경상북도와 영덕군,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해비타트 공동으로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동식 목조주택 10호를 영해면 성내리에 조성했다.

영덕군에서 사업부지 및 토목공사 예산을 제공하고, 경상북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한국해비타트의 모금을 통해 이동식 청년 주택이 건립돼 현재 청년들이 입주해 10호 전체가 만실로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2022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 공모에 신청해 청년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예산 국비 10억, 군비 10억 총 20억을 확보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영해면 벌영리에 청년주택 15호실 및 커뮤니티 복합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설동원

◇ 뚜벅이마을 설동원 대표

설동원 뚜벅이마을 대표는 “잠시 쉬었다 가는 휴양지가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내는 대한민국 최초 트레킹 성지를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설동원 대표와 일문일답.

- 뚜벅이마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제가 즐겼던 활동 및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다. 작년 의성에서 ‘청춘구 행복동’이라는 청년마을을 운영하면서 금전적 지원이 끝이 아닌, 사이사이 과정들의 중요함을 깨닫고 지역 청년들에게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미션으로 삼기로 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트레킹 마을을 만들고, 단지 액티비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영덕 뚜벅이마을을 탄생하게 됐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뚜벅이마을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리나라 동해안 장거리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유명한 블루로드에서는 산·논·바다에서 모두 트레킹이 가능하다. 뚜벅이마을에서는 도시에서 바쁘게 달리기만 하는 삶 대신, 로컬에서 천천히 시속 4㎞로 걷는 삶을 지향하고 다 같이 걷고 있다. 뚜벅이 선발대는 트레킹이라는 취미로 모이지만 각자의 특색을 살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창업까지 진행하는 자생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트레킹 코스는 많아도 트레킹 성지는 없다. 트레커들이라면 꼭 방문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초 트레킹 성지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뚜벅이 선발대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려 한다.

잠시 쉬었다 가는 휴양지가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내는 청년마을을 지향하는 뚜벅이마을은 다 같이 생활하며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외지 청년들만의 공동체를 먼저 만들고 그 공동체가 함께 지역과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돕겠다.



◇ 뚜벅이마을 청년들
 

박미현

△박미현 씨는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휴학을 했다.

취업 준비를 앞둔 나이에 무엇을 하기는 해야 하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에 조급해지기만 했다.

그러던 중 뚜벅이마을의 “천천히 걷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슬로건이 마음에 들어 영덕에 내려오게 됐다.

영덕에서 뚜벅이 선발 대원들과 함께 생활해 천천히 가는 것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싶었던 것.

함께 5주간 트레킹을 하고 5주간은 개인 프로젝트를 했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였던 박 씨는 ‘지역에서 사진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고 성취감을 얻게 됐다.

현재 선발 대원 청년들과 함께 조성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박 씨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딪히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던 저였지만, 이제는 옛날만큼 두렵지 않다. 지역에서는 조금 천천히도 괜찮고, 무엇이든지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지석

△한지석 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한식 조리를 전공한 한지석 씨는 ‘걸으며 힐링하고 지역 창업의 기회’까지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 뚜벅이마을에 내려오게 됐다.

영덕에 20대들이 즐길 거리가 많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에 멀어지다 보니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주 동안 함께 했던 운영진, 참가자 모두 하나 돼 ‘친구’가 돼가는 시간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5주간 트레킹 활동이 끝나고 남은 5주간 창업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술에 관심이 많던 한 씨는 영덕에 쌀과 복숭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창업 아이템으로 삼아 실천에 옮겨보자 마음먹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청년 정착 지원사업에 선정이 돼 복숭아 술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 씨는 “전주에서 대학 생활을 할 때는 ‘취업’이라는 목표만 두고 삶에 안주 했었는 데 영덕이라는 지역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창업을 이어 나가며 저 또한 좋은 사람이 되자 한다”고 다짐했다.

최길동 기자
최길동 기자 kdchoi@kyongbuk.com

영덕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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