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 1

가면극 포스터
가면을 쓰고 속내를 드러내는 한, 중, 일 가면극에 담긴 마음, 같을까? 다를까?

한국의 대표적 가면극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한, 중, 일 가면극의 세계관을 탐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10월 24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특별전‘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년간 진행한 아시아의 가면 조사·연구가 응축된 결과물로, 같은 날 발간할‘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학술총서를 바탕으로 준비했다.

고려 시대 하회별신굿탈놀이, 1930년대 북청사자놀이 탈 등을 한데 모아 우리나라 가면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이다.

또한 중국 나희의 가면을 전시하고, 일본 가구라 가면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1부. 다른 이야기’에서는 삼국 가면극의 각기 다른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향을 전시했다.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의 대결 구조로 극을 이끌어가다가 결국 화해하고 다 같이 춤을 추며 끝나는 한국의 탈놀이, 역사 속 영웅과 이웃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

를 연희하는 중국의 나희, 신화와 민간 신앙 속의 여러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일본의 가구라까지 삼국 가면극의 특징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구성했다.

가면극에 담긴 세계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가면극에는 집단의 의식과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가면극이 이루어지는 놀이판에서는 문화에 따라 각자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한국 가면극 놀이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열린 세계이고, 중국 가면극의 놀이판은 영웅의 레드카펫이며, 일본 가면극의 놀이판은 신을 위한 신전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적인 바람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가면극을 통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꿈꿨다.

농사가 잘되고, 동물과 물고기가 많이 잡히고, 질병을 일으키는 액을 없애 아프지 않길 바랐다.

‘2부. 같은 마음’에서는 멀고 먼 사막을 건너 삼국에 온 사자가 벽사의 왕이 된 이야기, 흉악하게 생겼지만 사실 액을 없애고 복을 주는 착한 가면들, 풍농·풍어·다산 등 풍요를 목적으로 연행되는 가면극들까지 살맛 나는 세상을 꿈꾸는 소망이 담긴 가면과 가면극을 소개한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참 잘 구별하지만 서양인의 눈에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사람들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하다.

‘3부 다양한 얼굴’에서는 한이 담긴 여인의 얼굴,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옛 한국인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한자로 통하고, 서로 다른 가면극을 하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삼국의 얼굴과 표정을 통해 K-Culture를 넘어 Asia-Culture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가면극이 끝나면 가면을 태우는 탈소제가 열린다.

이때 연희자들은 연희에 사용했던 가면을 태우고, 관람객들은 다 같이 어울려 춤을 추며 가슴 속 한(恨)을 함께 태운다.

신명 나는 탈판 한마당으로 꾸민 전시장에서 팍팍한 현실에 쌓여있던 응어리를 풀어내 끝나가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한 해 소망하는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한 공연도 마련돼 있다.

대사와 노래 없이 오직 몸짓과 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무언의 가면극, ‘예천청단놀음’을 초청해 10월 24일,전시를 개막헸다.오후 두 시에 박물관 앞마당에서 탈춤 한판을 펼쳤다.

마침 예천박물관과 이것을 주제로 공동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자리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코로나에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일상 회복과 행복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를 연속 기획해왔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역병, 일상’, 2022년 ‘그 겨울의 행복’에 이은 이른바 ‘행복 3부작’의 완결판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도부터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가면과 가면극 연구 조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시와 동시에 발간하는‘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3권은 ‘북청사자놀음’ 등 한국 가면극 20종, ‘고토 카구라’ 등 일본 가면극 23종, ‘무안나희’ 등 중국 가면극 24종을 망라한 학술 총서이다.

이번 총서는 전경욱(한국)·나가마쓰 아쓰시(일본)·장쿤쿤(중국) 등 한·일·중 3국의 가면극 연구자 44명이 참여한 국제학술 공동 프로젝트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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