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0주년 우승 '김기동 매직'
10년만에 FA컵 정상 탈환하고도 놓친 'K리그1 우승' 못내 아쉬움
12일 '동해안 더비' 화끈한 복수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기동 감독이 우승을 확정 짓고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연합

“그날(9월 30일) 제카의 골만 인정됐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겁니다.”

지난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순간 “K리그1 우승컵을 놓쳐서 아깝다”는 기자의 말에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은 지난 9월 30일 하나원큐 K리그1 32라운드 울산전 무승부 결과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은 올 시즌 개막전까지만 하더라도 축구전문가들로부터 우승권은 고사하고 상위 6위권 이내에 들어 가는 것 조차도 인정받지 못했다.

특별히 예측한 내용을 비난하고 싶진 않았지만 김기동 감독과 포항 스태프, 그리고 포항 구단을 살펴왔던 기자는 그들의 예측이나 평가가 잘못됐음을 알고 있었다.

창단 50주년을 맞은 포항의 올 시즌 목표는 최소 1개 이상의 우승이 목표였고, 그 핵심은 지난해 대구에서 활약했던 제카가 있었다.

그리고 김기동 감독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내준 최인석 사장과 이종하 단장을 비롯한 구단 스태프도 한 몫 했다.

구단스태프와 선수단은 ‘창단 50주년이 되는 해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리자’고 뜻을 모았고, 최인석 사장은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김기동 감독이 ‘반드시 지켜달라’는 선수는 모두 붙잡았다.

거기에는 어쩌면 많은 구단과 특정 국가에서까지 원했던 김기동 감독도 포함됐을 것이다.

준비는 잘 돼 갔고, 최근 10년 이내 가장 완벽한 스쿼드로 팀을 꾸렸다.

그렇다고 최고의 팀이 됐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2022년 시즌 선수단 전체 연봉이 77억원으로, 전북현대(197억원)·울산현대(176억원)에 비하면 각각 39%와 43% 수준에 불과한 포항으로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출발 전 가장 유명한 국내 선수로 신진호와 고영준이 전부였고, 23세 대표 뛰었던 이승모 정도가 포항을 대표하는 선수 였다. 그마저도 신진호는 시즌 개막 직전 포항을 떠났고, 이승모도 시즌 중반 서울로 이적했다.

그러니 포항에게 우승권은 고사하고, 상위권 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노장 신광훈을 비롯 하창래·그랜트·박승욱·박찬용·심상민·김용환으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은 뜨겁지는 않지만 빈틈이 없었다.

중원을 지배했던 신진호가 빠졌지만 전지훈련 내내 물음표(?)를 보였던 오베르단이 시즌 개막전부터 거의 신들린듯한 모습을 보였고, 부상으로 실려나간 33라운드까지 전 경기를 소화한 것은 물론 FA컵까지 전 경기·전 시간 출전하며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전방에는 제카가 버티면서 고영준과 김승대·백성동·김인성까지 파상적인 폭격을 퍼부었다. 여기에 김기동 감독의 귀신 같은 전술까지 가세하면서 팀이 완벽해 졌다.

그 결과는 시즌 시작부터 그대로 드러났다. 포항은 그동안 팀 스쿼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하면서 후반기로 갈 수록 팀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 시즌은 시즌 시작부터 35라운드 현재까지 3위권 이내에서 자리를 했다.

포항은 35라운드 현재 15승15무5패 승점 60점으로 2위에 랭크돼 있지만 선두 울산이 7패를 기록한 반면 포항은 5패에 그쳐 최소패를 기록중이다.

득점 역시 50점으로 선두 울산(58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실점은 37점으로 광주(32점)·전북(33점)에 이어 울산과 공동 3위다.

모든 기록에 있어 선두 울산과 우승 경쟁을 펼쳐도 전혀 손색이 없는 팀이었고, 올 시즌 울산과 세 차례 경기서 2무1패를 기록했지만 세 경기 모두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치렀던 것을 생각하면 울산이 차지한 K리그1 우승컵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어쨌든 이날 포항이 울산을 잡았더라면 승점 5점 차로 좁혀졌고, 우승을 향한 선수단의 의지가 더욱 단단해 졌다면 이후 경기 역시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러니 김기동 감독으로서는 더욱 속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포항과 울산이 오는 1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관례상 내년 시즌 공식개막전 역시 K리그1 우승팀인 울산과 FA컵 우승팀인 포항의 경기로 치러지겠지만 그에 앞서 올 시즌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일찌감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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