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난 사면 아래 일부분만 벌목
폭우땐 자연재해·재작업 불가피
피해 발생·예산 반납 위험 놓여

산불 피해를 입은 울진읍 인근 야산에서 긴급벌채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부 나무를 배지 않아 향후 우천시 골짜기 막힘으로 도로 피해가 우려된다. 김형소기자
지난해 울진 대형산불 피해를 본 울진읍 인근 한 야산을 13일 오후 찾았다.

화마가 집어삼켰던 야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초록빛을 잃어가며 점점 더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이곳은 현재 집중호우로 인한 2차 피해예방과 신속한 산림복원을 위한 조림사업을 위해 벌목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벌목작업은 불이 난 사면 아래 일부분만 진행됐으며, 위 지점에 서 있는 나무는 그대로 남겨둬 의문점을 자아냈다.

상부 지점에 서 있는 나무 역시 오래가지 않아 쓰러지기 때문에 결국 큰비가 내리면 산과 산 사이의 물길인 골짜기를 막으면서 자연재해는 물론 재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 예상된다.

울진 대형 산불의 후속조치로 시행되고 있는 ‘긴급벌채’ 사업이 돌연 대상지 선정 기준을 대폭 축소하면서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긴급벌채사업은 자연재해 또는 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를 긴급하게 베어내 산사태, 산림 병해충 등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된다.

울진은 대형 산불은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두 차례 현장을 방문해 정권 탈환 후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바 있다.

울진군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더불어 우선 피해지(1200㏊)을 산정해 산림청으로부터 357억 원의 ‘긴급벌채사업’ 예산을 받았다. 군은 생활권을 중심으로 벌채지역을 세분화했고, 1차 650㏊를 확정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2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산림청은 돌연 “대규모 벌채는 안 된다. 긴급벌채 대상지 선정 기준을 대폭 축소하라”라는 업무 지시와 함께 설계 승인을 거친 뒤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산림청 산불피해지역 긴급벌채 대상지 선정기준은 생활권으로부터의 거리를 300m, 200m, 150m까지 등 총 3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 300m까지는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산림유역의 사면 길이가 평균 500m 이상이고 인근에 10가구 이상 거주 또는 사회기반시설이 존재하는 경우다.

두 번째 200m까지는 사면 길이가 평균 300m 초과 500m 미만이고, 인근에 5가구 이상 10가구 미만 거주 또는 주요 보호시설이 집합된 지역이다.

세 번째 150m까지는 사면 길이가 평균 200m 초과 300m 이하고, 인근에 평균 1가구 이상 거주 또는 주요 보호시설이 산발적으로 들어선 지역이다.

이처럼 긴급벌채 선정 기준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사면 길이 평균을 50m 이하로 일괄 축소하면서 2차 피해 발생 우려는 물론 울진군은 사업 대상지를 확보하지 못해 예산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익명을 요구한 산림기술사 A 씨는 “불탄 나무는 잘 버텨야 3년이다. 지금 안 배어 낸 나무는 얼마 버티지 못해 넘어지고 큰비가 오면 빗물과 토사에 쓸려 땅 아래로 내려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1차와 달리 2차는 정부의 기준 축소 기조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업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현재로서는 100억 원 가량을 반납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형소 기자
김형소 기자 khs@kyongbuk.com

울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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