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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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이 좁은 길을 따라 큰말을 몰고 가면서 방향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채찍질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동물이 자신의 힘을 깨닫기만 한다면 인간은 동물을 지배할 수 없을 것이며,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이 부자들이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1945년 출간한 소설 ‘동물농장’의 배경을 농장으로 한 것에 대한 조지 오웰의 설명이다. 오웰은 소설을 통해 스탈린으로 인해 변질된 공산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동물농장’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반공 소설 정도로 읽히고 있지만, 단순히 공산주의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날법한 사회 부조리를 풍자한 것이다. 시민혁명으로 왕과 귀족을 몰아낸 부르주아들이 자본과 편법으로 더 완고한 지배층으로 군림하거나, 노동운동으로 선출된 노조 지도부가 사업자들 못지않게 같은 노동자를 차별하고 착취하는 등의 사례가 역사 속에 반복되는 것을 소설 ‘동물농장’이 고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19일,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오웰의 ‘동물농장’에 비유하면서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없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를 ‘암컷’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김 여사 특검법 처리 촉구 농성에서도 윤 대통령을 ‘박물관에 들어간 코끼리’에 비유하며 “지금 코끼리가 하는 일은 도자기가 어떻게 되든 암컷 보호에만 열중한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북 콘서트를 주최한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옆에 나란히 앉은 김용민 의원은 물론 객석의 여성들까지 함께 웃고 박수쳤다.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때부터 이어지는 민주당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내 보여주었다. 기득권이 돼 이놈 저놈 해대며 변질될 대로 변질된 민주당이야말로 ‘동물농장’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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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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