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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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엔
오래도록 잘 살아보자고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데려온 삽살개 이름을 살구라고 지었는데
어머니는 한사코 개라고 부른다.

자식이 몇이에요? 사람들이 물으면
산 것만 다섯이오! 갑자기 역정을 낸다.
넉 달 남짓과 여섯 달 아흐레 만에 어미 뱃속을 떠난 작은 사금파리를
산 놈들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다.

이름은커녕
배냇저고리도 받지 못한 새끼들도 있는데
뭔 지극정성으로 개 이름까지 모시겠어?
이름 지어 부르면 이별할 때 힘들어, 나도 마음 보깨지 않으려고 이러는 거야.
개가 개지, 닭이나 염소한테 이름 붙이남?
그냥 누렁이, 흰둥이, 바둑이처럼 색깔만 입혀 불렀던 속심이 있는 것이여.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에 도장을 찍어.*
애먼 마음을 들쑤시니까 뜬금없이 노랫가락이 터지네.
밥때 맞춰 아직도 마른 젖이 찌릿거릴 때 있지.
자식이 몇이냐고? 산 것만 다섯이여.
산 놈만 다섯이라고.

[감상] 요새는 인스타에서도 종종 시를 만난다. 화려한 이미지와 동영상이 판치는 앱임에도 불구하고 거기, 옹달샘처럼, 시가 있다. “이름 지어 부르면 이별할 때 힘들어.” 호칭이 관계를 규정한다. 호칭이 관계를 정리한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관계는 달라진다. 나만의 이름표를 붙이면 사랑이 시작된다. 책임질 수 없다면 함부로 이름을 부르면 안 된다. 그것이 시인의 어머니가 깨우친 삶의 다른 이름이다. *가수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 부분.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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