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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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소리. 나는 박수소리에 등 떠밀려 조회단 앞에 선다. 운동화 발로 차며
나온 시선, 눈이 많아 어지러운 잠자리 머리. 나를 옭아매는 박수의 낙하산 그
물, 그 탄력을, 튕, 끊어버리고 싶지만, 아랫배에서 악식으로 부글거리는 어머
니. 오호 전투 같은, 늘 새마을기와 동향으로 나부끼던 국기마저 미동도 않는,
등 뒤에 아이들의 눈동자가, 검은 교복에 돋보기처럼 열을 가한다. 천여 개의
돋보기 조명. 불개미떼가 스물스물 빈혈의 육체를 버리고 피난한다. 몸에서 팽
그르 파르란 연기가 피어난다. 팽이, 내려서고 싶어요. 둥그런 현기증이, 사람
멀미가, 전교생 대표가, 절도 있게 불우이웃에게로, 다가와, 쌀푸대를 배경으
로, 라면 박스를, 나는, 라면 박스를, 그 가난의 징표를, 햇살을 등지고 사진
찍는 선생님에게, 노출된, 나는, 비지처럼, 푸석푸석, 어지러워요 햇볕, 햇볕의
설사, 박수소리가, 늘어지며, 라면 박스를 껴안은 채, 슬로비디오로, 쓰러진,
오, 나의 유년!! 그 구겨진 정신에 유리 조각으로 박혀 빛나던 박수소리, 박수
소리.

[감상] “전교생 대표가, 절도 있게 불우이웃에게로, 다가와, 쌀푸대를 배경으로, 라면박스를” 전달하며 선생님은 기념사진을 찍고, 전교생은 박수를 치는 적나라한 장면을 줄글과 쉼표로 속도감 있게 묘사한 시다. 시인은 “슬로비디오로, 쓰러진, 오, 나의 유년”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자신의 아픈 기억을 구체적으로 정직하게 낱낱이 고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체성과 진정성을 담보한 고백은 언제나 울림이 크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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