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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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감상] 삼인칭 관찰자 시선이지만 일인칭 고백의 시다. 겨울의 어느 술집에서, 모두가 취한 가운데, 무슨 일(고함 소리, 흐느낌, 못생긴 입술, 어떤 조롱)이 있었고, 그 일로 내 사랑을 잃었다는 게 이 시의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있을 법한 사건이지만,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내 사랑 잃었네”와 같은 고백은 끌리는 데가 있다. 무엇을 쓰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하는가도 중요하다. 어떤 시적 화자, 어떤 어조를 취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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