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서도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즐길 수 있어요

리소그래피를 이용한 전자책 만드리게 참가하 수강생들이 각자가 만든 그림책을 들고 전시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이봉한기자
경북 구미시는 산업화를 이룬 공업도시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청년들이 체험해보고·즐길 거리인 문화예술시장 부족으로 지역의 청년들이 대구나 수도권으로 문화예술활동을 보고·즐기려고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 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구미엔 ‘아트스튜디오’란 문화·예술관련 청년공동체가 있다. 이 공동체는 2022년 미술관련 일을 하는 여자 청년 강은진·박미랑·이예슬·김수정·송슬예씨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구미의 청년단체인 아트스튜디오(대표 강은진)는 2023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가 공동추진하는 청년공동체 활성화사업에 ‘리소그래피를 이용한 전자책 만들기’ 주제를 가지고 공모에 선정돼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청년의 지역 정착을 돕는 동시에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이다.

그소그래피 그림책 만들기 수업. 아트스튜디오
‘아트스튜디오‘ 공동체 멤버는 강은진 대표를 비롯해 구성원 모두가 미술대학 출신으로 구미에서 주로 미술과 연관된 일을 한다. 강 대표는 전문가에게는 보편적이지만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리소그래피에’ 대해 접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또 수강생 본인이 직접 전자책을 만들어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에 일차적으로 목표를 두고 첫발을 내디뎠다.

리소그패피 수업 그림책만들기. 아트스튜디오
리소프린트는 특유의 감성적인 느낌, 아날로그방식으로 그림이 나오고 빈티지 감성을 자극해 그림책을 만들 때 인기가 높다. 또 리소 인쇄는 한 번에 한가지 또는 두 가지 색상을 인쇄할 수 있고, 다양한 잉크를 사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판 한 개당 한 색상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색상이 다양하다면 그 색상의 수만큼 판을 제작해야 한다. 즉 2가지 색을 사용한 그림을 인쇄한다고 할 때 예를 들어 그림에서 얼굴과 손을 노란색으로 했다면 얼굴과 손만 따로 제판하고 옷은 빨간색을 사용했다면 옷만 따로 제판을 해야 한다. 이처럼 리소인쇄기는 별색을 사용해야 하고 리소프린터기에 사용하는 잉크는 콩기름을 베이스로 하고 있어 친환경이다.

강 대표는 리소인쇄기에 그래피를 접목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든다는 수강주제로 SNS 홍보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지역에선 생소한 수업이고 처음 있는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홍보를 시작한 지 얼마 후 수강생 정원 15명이 모집됐고 순번 대기자가 발생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리소그래피로 만든 그림책. 이봉한기자
리소그래피로 만든 그림책 내아이에게 엄마 꿈들려주기 작품. 이봉한기자
전자책 만들기 수업은 오전 시간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고, 수업은 총 8회로 1회에 2시간씩 금리단길에 있는 ‘파인트 홀’에서 진행했다. 수업을 듣는 대부분 수강생은 30~40대 젊은 여성들로 새로운 문화예술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림책은 모두 수작업인 손 그림으로 제작됐고 첫 시간에 그림책 만들기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후 수업이 진행됐다.

그림책의 제목은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 란 주제로 자유롭게 수강생 본인의 이야기를 선택해 그림책을 제작했다. 그림책 속의 ‘나의 이야기’는 주제를 가리지 않고 나의 삶, 취미활동, 어릴 때 꿈, 생일축하,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엄마이야기, 반려동물과 행복한 시간 보내기 등 다양한 주제들로 넘쳐났고, 본인 삶의 여정을 달력으로 표현한 수강생도 있다.

리소그래피 수업모습. 아트스튜디오
그림책의 크기는 A4 절반크기인 A5용지로 총 16쪽 분량이며 수업은 총 8회로 편성돼 1회에 2쪽씩 제작했다. 수업시간마다 수강생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로 16쪽의 여백을 하나둘 채워 나갔다.

강 대표는 기억에 남는 수강생은 아이가 유치원에 갈 수 없어서 함께 수업에 데리고 와 딸과 같이 ‘축하해’ 주제를 가지고 가족의 생일축하 장면을 그리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리소그래피로 만든 나의 그림책. 이봉한기자
리소프린터 잉크가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많은 색을 대여할 수가 없었다. 부득이하게 이번 수업엔 4가지 색을 사용하기로 결정, 블랙· 블루· 핑크·오렌지 색상 4가지를 사용해서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다.

수강생 한 명당 그림책을 11부 작성해 8부는 개인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전시회에 사용한다.

강 대표는 이번 공모사업은 수익을 내는 활동이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아트스튜디오’ 공동체를 통해 구미시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살만한 도시, 즐길 거리가 있는 도시를 만들어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구미에서 문화를 즐기고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리소그패피 수강생의 작품으로 반려동물이 태어날 아기와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모습. 이봉한기자
리소그래피로 자기만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이 알려지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림책’이 완성된다면 자기만의 만족감과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이런 기대감으로 앞으로 지역에 더 좋은 양질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청년들이 타 지역으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강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리소그래피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 참가한 수강생들이 전시를 위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봉한기자
리소그래피를 이용한 전자책 만들기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본인이 직접 만든 작품을 가지고 영상미디어 센터드림큐브 전시 5동에서 지난 20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시회를 갖고 있다.

수강생 중 만삭의 임산부도 있었다.

출산을 4일 남겨두고 전시회에 참가했다는 임산부 김미은씨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태어날 아기가 함께 어울리는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태교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윤소연씨는 30년 전 자기 이야기를 그려 가족에게 보여줄 예정이라며 “자기가 어렸을 때 꼭 30년 전의 모습의 현재인 자기 딸에게 그 시절 엄마의 꿈을 전해줄 것을 생각하니 즐겁다”고 밝혔다.

수업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그림책 만들기는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으로 이구동성으로 또 수강하겠다고 했으며 한 참가자는 자기는 대기 순번표를 받고 대기했는데 운 좋게 수업에 참여하게 되어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그림책도 만들고 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강은진 대표는 “앞으로 청년공동체로 문화예술분야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계속 주어지면 좋겠다”며 “문화를 즐기기 위해 인근 도시로 나가는 청년들이 없게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사업들이 꾸준하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바람이 있다면 “구미시도 청년 지원사업이 빨리 마련되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봉한 기자
이봉한 기자 lb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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