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충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 전력화 예정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 첫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Ⅹ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1일 현지시각 발사되고 있다.연합
한국의 첫 군사정찰위성이 지구 궤도에 안착하고, 해외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하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in)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찰위성은 우주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한국군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북한도 지난달 21일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성능에서는 한국이 북한 도로에 다니는 차량의 종류를 파악할 때, 북한은 차량의 크기만 간신히 알 정도로 우리 위성이 월등히 높다는 평가다.

국방부는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3시 19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 발사장에서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에 정찰위성 1호기를 실어 발사했다. 한국은 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북한에 대한 위성 정보를 미국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됐다.

군은 앞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려 2025년까지 모두 5기를 전력화할 예정인데 북한도 지난달 궤도에 올린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이어 추가 발사 의지를 밝히고 있어 남북 간 우주 경쟁도 본격화한 양상이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5호기까지 모두 전력화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공격체계인 킬체인 역량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은 야간 촬영이 가능하고 표적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해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군이 심야에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기동하거나 TEL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 이를 포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2~5호는 고성능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위성으로 기상과 관계없이 주·야간 전천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정찰위성 5기가 모두 전력화해 북한 전역을 정밀하게 감시하게 되면 킬체인 작전 시간이 단축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킬체인 구축 계획 수립 당시 군은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의 표적 탐지, 좌표 식별, 사용 무기 선정 및 발사 결심 등 최소 25분 안에 타격해 제거하겠다고 구상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을 때를 염두에 둬 계산한 시간이다. 북한의 액체연료 미사일은 통상 연료 주입에서 발사까지 1시간 내로 군은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액체연료 미사일을 고체연료 미사일로 바꾸고 있는데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발사까지 시간은 더 빨라진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북한이 액체연료 위주였던 미사일을 고체연료로 모두 바꾸고 있기 때문에 기존 킬체인 작전계획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을 토대로 우리 군의 킬체인 최소 작동 시간을 계산하고 신속한 제거가 이뤄지도록 작전계획도 계속 수정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북한의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의 작전도 더욱 정밀하고 공세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과 해상 등에서 첩보 수집 능력이 배가되어 작전 반경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정찰위성 5기를 통해 북한군 시설과 배치 현황, 장비와 병력, TEL 등의 움직임을 하루 2시간 간격으로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작전계획도 정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아울러 무게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 수십기를 쏘아 재방문 주기를 30분까지로 단축한다면 북한지역에 대한 사진과 영상 촬영 횟수가 더욱 늘어나 세밀한 감시정찰이 가능해지고, 이런 정찰 정보를 토대로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맞춤형 무기를 동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강조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백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해·공 장거리 및 초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해 연합 및 합동 미사일 타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 운용을 계기로 군 당국은 물리적, 비물리적(사이버·전자전 등) 수단을 활용한 ‘발사 전 단계’(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 발전과 작전체계 등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 전 단계에서 무력화할 수단과 작전체계를 수립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안보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고자 국방우주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월등한 대북 우위의 우주기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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