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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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백설 공주였다 오래된 동화책에 나오는 그 소녀처럼 하얀 피부 빛나
는 검은 머리 붉은 입술로 태어났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백설공주라 불렸다
자라면 자라는 만큼 그 아름다움도 자랐다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매일 속
삭였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젊은 거울은 늘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거
울에 빠져 있는 동안 많은 왕자들이 창문을 두드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피부는
누렇게 얼룩지고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 입술은 항문처럼 쭈글거렸다 사람들은
그녀를 백살 공주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왕자도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
다 그녀는 삐걱이는 창문을 열며 투덜거렸다 제기랄 왕자들은 항상 너무 일찍
오거나 늦게 온단 말이야 그녀는 밤마다 늙은 거울에 대고 애원했다 내가 아
직도 아름답니 거울은 늙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습관만 남아 있었다 백살이 먹
도록 공주인 그녀는 눈먼 거울 속에서 영원히 아름다웠다

[감상] 인물의 성격을 바꾸어 이야기를 새로 쓰는 활동을 국어 시간에 많이 한다. 성격이 이야기의 원동력이다. 명리학에서는 성격이 운명이라고 한다. 백설 공주의 성격이 자아도취가 아니라 이타적이고 외향적이었다면 매일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물질 만능의 세례도 피하기 어렵다. “백살이 먹도록 공주인 그녀는 눈먼 거울 속에서 영원히 아름다웠다”처럼 알레고리와 패러디로 ‘백살 공주’의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자신을 구원해 줄 왕자도 공주도 없다. 오직 스스로를 등불 삼아 나갈 뿐.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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