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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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주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푸른꽃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서양에서 주로 서식하는 푸른꽃게가 최근 기온 상승으로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해 조개 양식장의 홍합과 굴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푸른꽃게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90만 유로(약 42억 원)의 퇴치 예산까지 배정했을 정도다. 유럽 최대 조개 양식협회 중 하나인 플레시네어업협회는 매일 12t의 푸른꽃게를 포획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역부족이라 한다.

이 소식이 우리나라에 알려지자 “버릴 거면 우리 줘”라며 수입 업체가 뛰어들었다. 이탈리아 당국에 수출 여부를 타진하거나 사전 예약을 받는 등 분주하다고 한다. 이탈리아 푸른꽃게로 끓인 꽃게탕이나 꽃게찜의 맛이 국내산 꽃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조만간 우리 밥상에 푸른꽃게 간장게장이 오를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국내에서는 서해에서 주로 잡히던 꽃게가 최근 경북 포항과 영덕, 울진 등 동해안에서도 잡힌다는 소식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이 동해에서 잡히는 꽃게의 과학적 자원 관리를 위해 유전적 특성 분석에 나섰다. 동해안에는 최근 10년간 포획 꽃게 수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다가 동해 꽃게로 끓인 꽃게탕에 동해 꽃게 간장게장을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수년간 동해에서 참치 포획량이 점점 늘어나고, 오징어 어획량은 줄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지난 55년간(1968∼2022) 국내 해역 연평균 표층(表層) 수온 상승률이 약 1.36℃다. 같은 기간 지구 평균 상승률은 0.52℃였다. 국내 연근해 바닷물 온도가 2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특히 동해의 상승률이 1.82℃로 서해 1.19℃나 남해 1.07℃보다 더 높다. 이탈리아 푸른꽃게나 동해 꽃게가 모두 지구 온난화의 결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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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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