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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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에 찍힌 태아는 영락없이 자전거를 탄 자세다
먼 우주에서 아내의 자궁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것이 틀림없다
허방 천지 까마득한 시공을 달려오는 동안
삼신할미가 핸들을 잡고
뒷좌석에 앉은 아이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을 것이다
별자리 체인이 우주 자전거, 탠덤의 바퀴를 돌리는 동안
창백한 푸른 점 어딘가에서
애타게 자전거 기다리는 부부를 발견한 것이다
깊고 아늑한 자궁 속으로 자전거가 점지되던 밤,
아내는 처녀 시절 벚꽃 흐드러진 유원지에서
처음으로 탠덤에 올랐던 꿈을 꾸었다
누군가에게 오롯이 핸들을 맡긴다는 것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페달 밟는다는 것이
사랑임을 서로가 어렴풋이 깨달았던 때였다

해와 달이 두 바퀴처럼 부지런히 굴러갔다
태아가 자라듯 자전거도 자랐다
타이어처럼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또 하나의 탠덤이 세상에 나와
누군가와 함께 차르르르 굴러갈 상상에 마냥 흐믓한 것은
두 바퀴 위의 헛헛한 생이
도리어 잘 포개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보름달이 굴러간다
굴렁굴렁,
뱃속에서 아이의 페달 밟는 연습이 한창이다

[감상] 탠덤이란 좌석이 앞뒤로 된 2인용 자전거를 말한다. 유원지에서 가족이나 연인이 타는 탠덤도 있고 선수들이 타는 경기용도 있다. 2024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사상 처음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2027년에는 30만 명도 안 된다고 한다. 삼신할미의 점지를 받아 우리에게 올 귀한 ‘자전거’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안타깝다.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은 희망이 없으니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내년 봄엔 사랑의 탠덤에 올라탄 연인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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