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했다 잡혀온 내 손모가지 꽉 붙들고
엄마는 딱 한마디 했다
집에 가자이,
아무 말 못하고 엄마 손에 끌려갔다
목포역 앞이었다

머를 좀 잘못 알았는갑소,
잘 좀 알아보쇼이,
우리 애기는 절대로 그럴 애가 아니랑께요,
경찰서 안이었다

머시라도 묵어야 심을 쓰지,
한 입만 떠멕이믄 안 되겄소라우,
산통 이틀째, 애도 낳기 전에 미역국부터 먹은
신천리연합의원이었다

평생 단 며칠도 집을 못 비우던 엄마는
일생에 단 한 번 순례하듯 마실 다녔다
일곱집 돌아가며 밥그릇 채우던
석가모니 제자들처럼

아이고 내 새끼 왔냐,
맨발로 뛰어나오던 가리봉동이었다
복숭아 살 같은 물컹한 장마 드시고
홍시 같은 늦가을도 달게 드시고
겨울이 집 앞에 봄을 부려놓자마자
되았다,

인자 집에 갈란다,
탁발 순례 마치고
큰오빠 집으로 간 지 한달 만에 영영 가셨다
혼자서만 가는 나라
언제 갈지 모르는
어딘지 몰라 찾아갈 수도 없는
집 우(宇)
집 주(宙)

[감상] 뭉클하다. “목포역”, “경찰서”, “신천리연합의원”, “가리봉동”, “큰오빠 집”에서 엄마는 “집에 가자이”, “우리 애기는 절대로 그럴 애가 아니랑께요.”, “한 입만 떠멕이믄 안 되겄소라우.”, “아이고 내 새끼 왔냐.” “인자 집에 갈란다.”와 같은 모국어를 남기고 “어딘지 몰라 찾아갈 수도 없는” 곳으로 영영 떠나셨다. 아프다. 삶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길어 올린 시인의 진정성에 목이 멘다. 안희연 시인의 추천사처럼 “온몸 온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 최근 새 시집을 냈다. 『니들의 시간』(창비)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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