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지난 20세기에 인류가 채소 생물 종 75%, 가축 종 33%를 잃었다. 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은 지구상에서 매일 78종, 1년에 2만8000종의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지구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국제슬로푸드협회가 1996년부터 ‘맛의 방주(Ark of Taste)’ 등재 프로젝트를 펴고 있다.

‘맛의 방주’ 등재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맛이 있어야 한다. 또 특정 지역의 문화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어서 이야기, 즉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또한 소량 재배돼 멸종 위험에 처해 있어야 한다. ‘맛의 방주’에는 세계 151개국 6000여 종의 동물과 식물, 음식이 등재돼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8년 ‘제주푸른콩장’을 시작으로 올해 10월 기준 111종이 등재돼 있다.

국내에서 울릉도가 단일 군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종이 등재돼 있다. 울릉도는 2013년 ‘섬말나리’와 ‘칡소’가 등재된 이후 최근 ‘명이(뿔명이나물)’가 등재돼 모두 8종의 이름이 올랐다. ‘섬말나리’는 울릉도의 가장 높은 마을인 나리분지에 자생하는 식용의 희귀 식물이다. ‘칡소’는 몸의 무늬가 호랑이를 닮아 ‘얼룩소’로도 불리는 울릉도 재래 한우다.

또 울릉도 토종 옥수수로 빚는 ‘울릉옥수수엿청주’, 쌀이 귀한 울릉도 주민들의 끼니를 해결해 준 ‘울릉홍감자’, 손으로 꽁치를 잡는 전통 어로 ‘울릉손꽁치’, 울릉도와 동해안에만 자생하는 자연산 ‘긴잎돌김’, 줄기와 잎을 해장국, 묵나물, 쌈, 장아찌, 김치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하는 ‘물엉겅퀴’가 있다.

최근에는 춘궁기 울릉도 사람들의 명(命)을 이었다 해서 ‘명이나물’, ‘맹이’라 부르는 ‘명이(뿔명이나물)’가 맛의 방주에 올랐다. 순으로 나물과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명이’는 한반도 내륙의 ‘산마늘’과 구분해 불러야 한다. 희귀 동식물의 보물 창고인 울릉도는 섬 자체가 ‘맛의 방주’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