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2023년도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2023년을 보내면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성공을 이룬 경우보다는 실패했거나 못내 아쉬웠던 경우가 마음속에 남는다. 상황을 잘 판단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했더라면 실패를 막고 좀 더 나은 성취를 이루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국가 차원에서 따져보니 올해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2030엑스포 유치 실패, 새만금 국제잼버리대회 운영 실패, 정권의 인사 검증 실패가 떠오른다.

2030엑스포 유치 실패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을 만큼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부산 지역사회 그리고 재계가 총출동하여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완패했다. 결과는 119대 29였다. 유치 시도는 담대한 도전이었는가, 무모한 도전이었는가? 일차 투표에서는 이기기 힘들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2차 투표에서 역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전망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상황에 대한 오판이나 희망 섞인 전망이 앞섰던 것이다. 엑스포 유치를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담대한 도전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막대한 유치 비용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지만 유치 경쟁 자체를 심하게 몰아세우고 싶지는 않다. 엑스포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담대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국제잼버리대회 운영 실패와 인사 검증 실패는 엑스포 유치 실패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잼버리대회 실패는 나라의 국격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팽창 잼버리대회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전 대회의 경험만 제대로 살렸더라도 그렇게 실패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대회 운영을 위해서 절대 필요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그리고 민간 주최기관 사이에 제대로 된 협력과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회 실패 후 저마다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행태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정부의 주요 직책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실패는 정권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까먹었다. 예컨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그리고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에서 발견된 치명적인 사항은 과연 윤석렬 정권의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해관계가 있는 주식 재산의 누락이나 납세 누락, 근무시간 중 주식투자 등은 해당 직책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사항이었다.

개인의 실패는 실패에 따른 부담이 해당 개인에게 돌아가나 국가나 정부의 실패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국정의 실패가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실패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요즈음처럼 변화가 격심하고 유동적인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그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얻으면서 한 단계 더 진화하는가 하는 것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도록 해야 한다. 같은 실패가 되풀이되거나 지금처럼 실패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린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의 실패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그 실패를 교훈 삼아 새해에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정을 펼쳐나가야 한다. 동시에 무모한 도전은 삼가야 하겠지만 냉철한 상황 판단과 치밀한 준비를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담대한 도전은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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