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치과 임플란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임플란트 광고가 넘쳐 난다. 그야말로 ‘임플란트 권하는 사회’다.

올해 국내 임플란트 시장이 1조 원을 넘어 설 전망이다. 이미 인구 당 치과 임플란트 시술 건수가 세계 최상위권이어서 곧 하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걱정하는 치과 의사는 없다. 정부가 고령자에 대한 임플란트 시술을 일부 지원해주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임플란트는 이를 뽑은 뒤 그 자리에 티타늄 등으로 된 인공 치아 보철물을 심는 것을 말한다. 1965년 스웨덴에서 첫 개발된 뒤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1994년 국내에서도 시술에 성공해 임플란트 시대가 열렸다.

이가 빠진 빈자리를 채우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3000년쯤 이집트 미라에서 금실로 묶은 치아가 발견됐다. 이가 빠진 자리에 새 이를 끼워 넣으려 한 시도로 보인다. 기원전 8세기쯤에는 지금의 이탈리아 지역에서 상아나 황소 이빨로 인조 치아를 만들어 의치로 사용하기도 했다.

18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사람의 치아를 사용한 보철이 유행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여주인공 팡틴느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이를 뽑아 판다. 당시 치아를 사고파는 일이 흔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주지 못했다. 결국 공동묘지를 파헤쳐 시체치아를 뽑아 유통 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마저도 부족하자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전쟁터로 눈을 돌리게 된다.

1815년 일어난 워털루 전쟁. 훌륭한 공급처가 됐다. 이때 전사자에게서 대량으로 뽑은 이가 유럽에 유통됐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전사자 이가 유럽으로 수출되기까지 했다.

임플란트는 미관적인 측면뿐 아니라 고령자의 영양 섭취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고가여서 서민들은 넘쳐나는 광고판을 부럽게 바라만 본다. ‘임플란트 권하는 사회’가 그들의 시린 이를 더욱 시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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