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안보다 3000억원 감소
R&D·새만금·지역상품권 증액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도 통과
신혼부부 증여세 3억까지 공제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2024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연합
656조6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됐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정부 안(656조9000억원)보다 약 3000억 원이 줄어든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증액은 약 3조9000억 원, 감액은 약 4조2000억 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총지출 규모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순감으로 전환했다. 전년(638조7000억원)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2.8%를 기록했다.

총수입은 612조2000억 원으로, 정부 원안 대비 약 1000억 원 증가했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결혼자금 증여세 부담 등은 줄게 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소상공인·청년 지원을 중심으로 예산이 늘었다.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청년 월세 특별지원(월 20만원)을 1년 연장하는 데 690억 원을 증액했다. 다른 지역에서 고용노동부 일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에겐 체류지원비를 3개월간 총 60만 원 지급하기로 했다. 이전 정부안엔 없던 사업이다.

대중교통비 환급지원 사업(K-Pass)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당초 내년 7월부터 시행하려던 걸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환급 요건도 월 21회 탑승에서 15회로 완화한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월 15회 이상 이용한다면 연간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청년과 저소득층의 환급 폭은 더 크다.

고금리 취약 차주로 분류된 소상공인의 대출이자를 일부 감면하는 프로그램에는 3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영세 소상공인에 한해 전기료 인상분의 일부를 2520억 원을 들여 한시 보전하기로 했다.

이 역시 당초 정부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정부안보다 6000억 원 늘었다. 주로 박사후연구원 연구사업, 대학원생 장학금, 출연연구기관 인건비 등 연구자 지원에 집중 증액했다. 올해보다 내년엔 R&D 예산을 5조2000억 원가량 삭감하려 했던 것을 고려하면 삭감 규모가 4조6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새만금 고속도로, 신항만 지원 등에 300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에 3000억 원이 증액됐다.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삭감한 1814억 원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예산은 복원됐다.

세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1일부터 신혼부부는 양가에서 3억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전후 2년간은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때 기존 공제한도(5000만원)에 더해 1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부부가 각각 1억5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낳았다면 2년 내로 부모로부터 1억원 추가 공제도 받을 수 있다.

기업주가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 최저세율(10%)을 물리는 구간은 현행 6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늘었다. 연부연납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한다. 정부는 최저세율 구간을 300억 원으로 높이고, 연부연납도 20년으로 늘리려 했지만 조정이 이뤄졌다.

지역사랑상품권 한시 지원 예산으로 3000억 원이 편성됐다. 사용처가 골목형 상점가 등으로 확대되고 발행량은 4조 원에서 5 조원 규모로 늘렸다.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한 수도권 대중교통의 이용개선을 위해 전동차(서울 4·7·9호선, 김포 골드라인)와 광역버스 증차 예산 118억 원도 추가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보라매(KF-21) 전투기 양산 및 레이저 대공무기 등의 사업에 2426억 원이 증액됐다.

반면, 기획재정부 예비비(8000억원)와 부처별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약 2000억원), 차기 전투기(F-X) 2차 사업(2300억원) 등의 예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감액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금리·고물가로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며 재정 여건도 1000조 원 누적된 국가채무로 인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도 재정 지출 증가율을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인 2.8%로 억제해 건전 재정 기조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약자 보호와 미래 준비, 국민 안전과 같이 국가가 해야 할 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며 “필요한 재원은 손쉬운 국가 채무 증가가 아닌, 원점 재검토를 통한 재정 지출 구조 조정으로 어렵게 마련해 조달했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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