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I will have no man in my boat said Starbuck, who is not afraid of a whale)” 이 구절은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외침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신임 검사들 앞에서 한 강연에서 모비딕에서의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신임 검사들에게 자기 소신을 갖추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언제나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비대위원 선임에 골몰하고 있을 한 위원장은 자주 ‘모비딕’을 좋아하는 책이라 밝히고, 선물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한 초등학생이 “범죄가 많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포켓몬스터 스티커와 함께 보낸 편지의 답장과 함께 ‘모비딕’을 선물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을 때도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오에 겐자부로의 ‘하마에게 물리다’,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선’과 함께 ‘모비딕’ 을 들었다.

‘Moby Dick’의 ‘Moby’는 ‘크다’, ‘Dick’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다. ‘모비딕’을 ‘백경’이라 흔히 번역하는데 사실 적절한 번역으로 볼 수 없다. 좀 더 적절하게 번역하자면 ‘거대한 물건’ 정도가 될 것이다. 소설 ‘모비딕’은 거대하고 흰 향유고래 ‘모비딕’을 잡으려다 한쪽 다리를 잃은 선장 에이해브(Ahab)와 선원들의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 위원장이 저질 막말이 판치는 ‘싸구려 정치판’에 문학적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언어들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의도 언어 대신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는 한 위원장이 위기의 국민의힘은 물론 우리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한 위원장이 모비딕의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것이 운명이다”라는 구절처럼 불의의 이빨로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정치판의 ‘모비딕’과 한판 싸움을 벌일 운명 앞에 섰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