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 전 KBS 기자·민생경제정책연구소장

국회의원 총선을 100일가량 남긴 오늘로 일단 윤석열 대통령 탄생비화 연재를 마친다. 내 머리에 저장된 이야기 가운데 10분의 1도 채 풀지 못한 채. 윤석열 정권은 행정권만 장악했을 뿐, 아직 입법권도 사법권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문재인-이재명 동맹에 장악당한 상태라 집권은 현재 진행형이고 그래서 묻어둬야 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많은 국민이 궁금해 한다. 내년 총선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정권의 실질적인 임기가 시작될 수 있는지. 나는 그럴 것이라고 예측한다. 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했고, 여권의 이준석이 신당 창당을 공언했으며 야권도 이낙연이 내년 1월 중순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시점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준석 신당은 미지수이고 이낙연 신당은 제한적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한다.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신당 지지율이 15% 정도 나오니 캐스팅보트로 충분하다고들 많은 사람이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그건 이준석에 대한 지지율-그것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추가된-일 뿐이고 이준석이 공천한 내년 총선 후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or 이낙연 신당에 이어 기호 5번이 유력하다)들의 득표율은 아니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확실한 지역기반 없는 제3지대는 모두 실패했다. 성공한 제3당은 모두 확실한 지역 기반 위에 서 있었다. 1992년 정주영은 TK, 1996년 JP는 충청도, 2016년 안철수는 호남을 기반으로 교섭단체 제3당을 꾸릴 수 있었다. 이준석의 지역 기반이 TK? 천만의 만만의 콩떡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가 이끌던 국민의당 서울시 구청장 후보 25명 가운데 10% 이상의 득표율로 선거 비용을 일부라도 국고 보전을 받은 후보는 단 1명이었다. 기호 3번을 달고 출마한 구청장 후보 25명 가운데 24명이 득표율 10% 미만이었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의 안철수 득표율 21%에서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 숫자를 이준석 신당에 대입하면, 이준석이 공천한 후보의 득표율은 이준석 지지율의 반토막 이하, 즉 7% 미만이 된다. 이준석의 인재풀이 당시 안철수보다 더 월등히 낫고 많다고 장담할 수 없다면 기호 5번 이준석 신당은 어렵다는 것이 명약관화다.

이낙연은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 이낙연 신당은 이재명 민주당의 본질적 한계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낙연은 생전의 김대중으로부터 총애받던 동교동 구파요, 이재명은 민주당의 본질과 접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부 호사가들이 이낙연-이준석 연대설을 이야기한다. 김종인 같은 탁상이론가들이 함부로 입밖에 내는, 몽상 수준의 시나리오다. 이낙연은 이준석과 연대할 수 없다. 근본이 반듯한 사람이라 예의와 염치를 중시하니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 엊그제 광주민방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남 주민들의 33%가 이낙연 신당을 지지했다. 신당 철회가 45%로 더 많은 것은 사실이나 차이가 12%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낙연의 오랜 공직 생활(김대중 대변인-전남지사 재선-국무총리-민주당 대표)에서 축적된 인맥을 고려하면, 이낙연 신당 후보 개인의 경쟁력은 지역에 따라서는 이재명 민주당에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현상이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타난다면, 민주당 지지 성향의 표는 3:2 정도로 이재명 민주당의 후보와 이낙연 신당 후보(이낙연 신당 후보는 기호가 3 또는 4번이 될 것이다)가 나눠 가지게 된다.

아무리 민주당 지지세가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세에 비해 5:4 정도로 우세하다 해도 이렇게 민주당 지지표의 3/5만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겠지만 지역구별로 3:2로 표가 균일하게 나뉜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니 이낙연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이재명의 실패=국민의힘의 승리’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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