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유권자가 능동적인 주권자 역할보다 정치적 쟁점과 이미지에 반응하는 수동적 ‘청중’이 돼 가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 버나드 마넹(Bernard Manin)은 정당 민주주의에 대비 되는 ‘청중 민주주의(Audience Democracy)’ 개념을 제시했다. 유권자들이 정당이나 후보의 메시지보다 이미지에 쉽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시대를 맞아 유권자들의 이미지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종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진영과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22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후보군이 몸을 풀고 있다. 정당들도 후보 선별에 들어갔다.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 평균 경쟁률이 4.4대 1이었다. 이번 총선은 제3지대가 확대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또 불꽃 튀는 미디어 전쟁 속에 유권자들의 청중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당의 정책과 후보 능력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고 진영의 약점만 극대화되는 기형적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중심에 있다. 죄의 가벌성에 대한 논의를 떠나 대통령 가족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측면에서 야당에게 호재다. 여당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이 된다. 특검 도입 여부를 떠나 선거 기간 내내 블랙홀이 돼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것이다.

여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 구속을 내세워 ‘부패한 진보’ 이미지 부각에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송 전 대표 사건에 연루된 야당의원 줄소환을 계기로 운동권 ‘86세대’의 ‘만년 전관예우’를 집중 공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야당 심판론’으로 ‘정권 심판론’을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네거티브 소재가 넘치는 이번 총선이 편견 선호현상을 보이는 유권자 특성과 엮여 정당 민주주의 대신 청중 민주주의가 득세하는, 비정형적 선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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