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옳을수는 없지만 항상 이길수는 있습니다 표지
△‘항상 옳을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아르투어 쇼펜하우어,베가북스)

상대가 화를 내도록 유도하라, 약점을 잡아 몰아붙이라, 불리하면 삼천포로 빠져라….

고상한 철학자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어색한 말로 느껴진다. 오히려 유튜브나 커뮤니티 댓글 창에서 볼 법한 인신공격과 거짓 선동 술수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대화나 일상 속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비논리를 생각해보면 150여 년 전 쇼펜하우어의 날카로운 현실성에 놀라게 된다.

“토론은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닌 머리로 하는 싸움”

쇼펜하우어에게 대화와 토론은 ‘진리’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리’ 너머로 쇼펜하우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이기려는 사람의 본성을 꿰뚫어 본다. 그리하여 자신의 토론술을 오로지 승패만을 따지는 검술에 비유하며 날카로운 풍자와 현실주의적 교훈이 가득한 논쟁의 법칙 38가지를 제시한다.

우리는 가끔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여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논리보다는 여론에 떠밀리고, 상대방의 술책에 넘어가 입심이 달릴 때도 있다. 이럴 때 쇼펜하우어는 상대에게 억지를 쓴다고 외치거나 의미 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을 땐 인신공격을 하라고 말한다. 모두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논쟁에서 이기는 법칙’들이다.

이 책은 논쟁에서 이기고, 방어하고, 승리하는 법칙을 소개한다. 옳음과 그름을 가리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논쟁은 이기기 위해 하는 싸움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기는 법칙에 매몰되지 않고, 행간을 읽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비수를 준비하고 청중을 현혹하는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논쟁의 본질을 낱낱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