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항우를 몰락시켜서는 안 됩니다. 천하를 삼분(三分)할 수 있도록 살려 줘야 합니다.” 유방(劉邦)을 도와 초나라 항우(項羽)를 치던 한신(韓信)에게 책사 괴통이 귓속말을 했다. 이른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다. 나라를 세워 유방, 항우와 함께 3국 체제를 만들고 추후 천하를 통일해 황제가 되는 밑그림이었다. 하지만 한신이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를 몰아붙여 자결하도록 해 이 그림이 무산되고 만다.

“하늘이 주는데 받지 않으면 도리어 허물을 쓰고, 때가 왔는데도 행동하지 않으면 재앙을 맞습니다.” 괴통이 한신에게 두 번째 주문을 한다. 유방에 대한 반역이다. 개국공신 한신은 머뭇대다 괴통의 예언대로 반역죄를 쓰고 목이 잘리는 재앙을 맞았다. 그는 형장으로 가면서 괴통의 제안을 따르지 않은 것을 깊이 후회했다. 그리고 ‘토사구팽(兎死狗烹)’ 명언을 남긴다. 해석은 분분하다. 자신의 세력이 커지자 주군인 유방에 맞서 모반을 꾀하다 화를 불렀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신은 유방의 원군 요청을 거절해 유방을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 온라인 입당 신청만으로 당원 4만 명을 확보하는 등 제3지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새우가 고래를 이기는 방법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지 않을 만큼 새우의 몸집을 키우는 일”이라 했다.

윤석열 정부 개국공신인 그는 처참한 종말을 맞은 한신과 다른 길을 택했다. 2200여 년 전 괴통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먼저 자신의 독립 영지를 세운 뒤 빅텐트로 몸집을 키워 ‘천하삼분지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양향자 금태섭 이낙연 연대와 이삭줍기가 이 계획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강고한 양당 체제 극복이다. 쉽지 않다. 그의 비단 주머니에 든 비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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