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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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코너에서는 최근 늘어가고 있는 의료소송에 대해 연재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의료소송은 의료사고와 관련된 소송을 통칭하는 말이다. 의료소송은 그 소송의 성격에 따라 민사, 형사, 행정 소송으로 분류된다. 민사소송은 의료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악(惡)결과에 대한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고, 형사소송은 주로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업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317조 제1항), 허위진단서작성죄 및 행사죄(형법 제233, 234조)나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 또는 단체를 기망한 사기죄(형법 제347조)와 같이 의료법 등 기타 보건관계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인한 형사처벌을 다투는 소송이다. 행정소송은 의료법 및 기타 보건관계법령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의사면허정지나 취소 또는 과징금 처분과 같은 행정청의 행정처분을 다투는 소송을 말한다. 하나의 의료행위로 인한 소송이라고 하더라도, 그 소송의 대상, 판단의 기준, 소송을 통해 발생하는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절차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각 소송은 서로 독립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므로, 각 소송은 서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형사소송에서의 판단은 민사 및 행정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다39215 판결,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도10096 판결 등 다수).

이는 형사절차의 특성에 기인한다. 민사 또는 행정소송은 원고와 피고가 대등한 당사자로서 청구를 하는 자(원고)가 청구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출,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하여 스스로 증거를 수집하고,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반해 형사절차는 수사권이라는 공권력을 가진 수사기관이 범죄혐의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수사기관은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게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관련자를 소환하여 조사를 할 수 있으며, 압수수색 등의 강제절차를 통해 증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즉 형사절차는 다른 절차에 비해 실체적 진실발견이 용이하다. 이러하다 보니 동일 사안에 대해 동시에 여러 소송이 진행될 경우 민사 또는 행정소송은 형사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해를 주장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증거확보 등을 위해 형사절차를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반대로 의료과실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또는 의료기관은 수사 및 재판 등 형사절차에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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