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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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를 간병하던 아들이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당시 22살이던 청년은 10년 전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다. 2020년 9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아왔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부친은 혼자서 용변을 보는 것은 물론 식사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청년은 2021년 4월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퇴원 다음 날 청년은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청년은 더 이상 간병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아버지에게 약을 주지 않고 음식도 일주일에 10번만 드렸다. 청년은 그해 5월 1일부터 아버지에게 음식과 물을 드리지 않고 방치했다. 청년의 아버지는 퇴원한 지 보름 뒤인 5월 8일 영양실조와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의 아버지가 숨진 날은 공교롭게도 어버이날이었다.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청년은 4년 징역형을 받았다.

대구 남구에서 또 비슷한 간병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오랜 간병생활에 지친 간병인이 피간병인을 살해하는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60대 아버지가 40년 가까이 돌봐온 1급 뇌 병변의 30대 장애아들을 살해했다.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전적으로 아들과 함께 생활하며 돌봐오다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가 회복됐다. 지난 5일 대구지검이 아버지를 구속 기소했다.

정부가 지난 연말 ‘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간병 부담 경감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300만 명 수준이었던 간병·간호 서비스 이용자를 2027년까지 400만 명으로 늘려 간병비 부담을 10조7000억 원(2024~2027년) 줄이기로 했다. 새해 벽두, 대구에서 ‘간병 파산’ ‘간병 살인’이라는 안타깝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천륜을 끊는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보다 섬세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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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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