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교단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교폭력조사 업무를 다가오는 3월부터는 교사 대신 학폭처리나 생활지도 경험이 있는 퇴직교사나 수사·조사 경력이 있는 퇴직 경찰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에게 맡긴다.

전국의 177개 교육지원청에 15명씩 총 2700명을 선발·배치할 계획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폭조사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 등 교권침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호소해 왔다.

학폭 사건이 한 해 6만건 이상으로 증가해 교사들이 수업과 학폭처리를 병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많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2012년 도입된 SPO(School Police Officer·학교전담경찰관)는 담당학교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학폭예방 활동과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 선도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1인당 담당학교수는 평균적으로 12개교 안팎을 맡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앞으로는 학폭전담조사관 지원 업무 등 역할이 강화되면서 105명을 증원시켜 학폭전담조사관의 업무를 지원한다.

학폭은 사후처리보다 예방지도가 중요하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학생을 ‘교화’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며, 학교폭력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예방’하기 위한 법이다.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교사다.

앞으로 조사는 학폭전담조사관들이 처리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예방지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제도의 시행에 앞서 냉철하게 생각해볼 몇 가지 사안이 있다.

먼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는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 압력을 낮추고, 학생에게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가? 그리고 학교에서의 괴롭힘, 따돌림 같은 상황을 형사피의자처럼 전직경찰이 조사한다면 학부모나 학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학생을 우선 생각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 제도는 교사들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을 경감해 주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부당하고 불리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한다면, 우선 학교폭력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사안처리의 단계가 많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부모와의 화해 중재나 학생의 상태 검토는 교사가 맡아야 할 부분으로 전담조사관은 사안조사만 할 뿐이다.

나아가 학교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퇴직한 교원이나 수사관들이 가능할까? 또한 조사관 한 명이 여러 학교의 사안조사를 감당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 가지 우려가 예상된다.

이 제도 하나로 교사들이 학교폭력의 모든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이제 관련 법령과 매뉴얼 개정, 예산과 인력 확보, 위촉직 조사관의 기본적인 직무연수 등을 서둘러야 3월부터 시행될 수 있다.

시작은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잊지 말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