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은 개고기 요리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장수성 쉬저우(徐州)에서는 그 전통이 이어져 수십 종의 개고기요리가 개발돼 있다. 그중에서 개고기 구운 빵, 샤오빙(燒餠)은 지금도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밀가루빵을 화덕에 구워 그 속에 개고기를 넣은 ‘중국식 개 햄버거’다. 빵에 넣는 개고기는 칼로 썰면 맛이 없다며 손으로 찢어 넣는다. 쉬저우 사람들은 이것을 ‘세계적인 요리’라며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 무제 때 편찬된 ‘예기(禮記)’에도 왕이 더위 때 시절 음식으로 보리밥에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유럽에서도 개고기 식용문화가 있어 왔다. 히포크라테스는 개고기를 균형 잡힌 건강식으로 권했고, 로마인들도 개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2차 세계대전까지 개고기 식용 문화가 있었다. 심지어 1910년 파리에서 개, 고양이 고기 전문 정육점을 개점했다는 홍보 사진이 있었을 정도다. 88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개 식용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냈던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나라에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식문화였던 개고기 식용이 사라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보양식으로 일부 탐식가들이 먹어오던 개고기 요리 ‘보신탕’도 사라지게 됐다. 9일 국회가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던 개의 식용 목적 사육과 도살, 유통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재석의원 210명 가운데 2명만 기권하고 208명이 찬성해 법이 통과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역사를 새로 썼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개 사육 농가와 유통 상인들은 “대책 없이 생계를 끊나” 볼멘소리다. 성남 모란시장이나 대구 칠성시장 등 관련 업소들은 폐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업종 전환 등을 돕겠다지만 당장, 개 사육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개 52만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도 숙제다. 안락사될 가능성이 높아 희생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