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내소사의 고려 시대 후기 동종이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1963년)된 것을 지난해 12월 26일 승격 지정했다. 내소사 동종의 국보 지정은 떠들썩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국보로 지정된 것을 9일 내소사 대웅전과 수장고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행사까지 대대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내소사 동종의 국보 승격 지정은 적잖이 문제가 있다. 우선 이번에 국보로 승격된 내소사 동종과 거의 유사한 고려 동종이 있는데도 내소사 동종만 특별히 국보로 승격한 것은 국가 문화재 지정의 잣대가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어사에는 지난 1995년 오어사 저수지 정비 공사 중 발굴된 오어사 동종이 있다. 이 동종은 1998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제1280호로 지정돼 오어사 유물 전시관에 보관 중이다.

문화재청이 내소사 동종을 국보로 승격하면서 특징적인 요소로 내세우는 것과 오어사 동종의 갖춘 요소들이 판박이처럼 일치한다. 하지만 문화재를 국보로 지정하는 요건 가운데 가장 첫 번째 조건인 제작 연대가 오어사 동종이 4년 앞선다. 오어사 동종의 주종기(鑄鐘記)에는 이 종이 1216년 고려 고종 3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내소사 동종은 이보다 늦은 1222년 제작한 것이다. 주종기에는 내소사 동종처럼 종의 제작처와 제작 장인, 대구 동화사에서 제작해 오어사로 보낸 사실, 땅속에 묻혀 있다가 다시 발견된 것까지 내소사 동종과 거의 일치한다. 문화재청의 주먹구구식 국보 승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내소사 동종 국보 승격 지정행사에서 금속공예 전문가인 최 청장과 내소사 동종의 사사로운 관련성이 부각됐다. 금속공예 전문가인 최 청장이 2009년~2017년 8년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내소사 동종의 국보 승격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문화재 지정에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 국보는 문화재청장이 보물에 대해 가치가 높고 유례가 드문 경우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하게 돼 있다. 국보 지정 전에 30일간의 지정 예고기간을 둬 다시 심의해 지정하게도 돼 있다.

지정 예고 기간인 지난해 11월 5일 경북일보가 이의를 제기하는 기사를 실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당연히 문화재청에 이의를 제기해야 했다. 문화재청이 국보 승격, 문화재 지정을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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