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대표변호사
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대표변호사

이전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같은 팀의 후배 변호사가 지방에서 진행되는 경찰 조사 입회를 하러 간다고 했다. 그런데 옆에 같이 있는 동료 변호사들이 다들 그 후배 변호사에게 재미있다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우리 사무실에서 하는 사건 중에 이렇게 귀여운 사건도 있다면서, 사건 이야기를 해 주었다.

HY(舊 한국야쿠르트)의 방문판매원,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가 피의자인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멋진 전동카트가 많이 보급되어서 전동카트를 타고 다니시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지방에는 오토바이에 냉장수레를 연결하여 다니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오토바이에 냉장수레를 연결하고 다니다 보니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자동차관리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토바이에 냉장수레를 연결한 행위가 불법 개조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야쿠르트 아줌마가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후배 변호사가 그 조사에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필자는 웃으며 후배 변호사에게 우리 사무실이 그렇게 ‘하찮은’ 사건도 하냐고 말했다. 그런데 후배 변호사가 하찮은 사건이 아니라고 한다. 이 사건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인정되면 같은 형태로 영업을 하는 모든 야쿠르트 아줌마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이번에 조사를 받으시는 야쿠르트 아줌마 뒤에 수백, 수천 명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계신 것이었다.

이전 사무실에 있을 때 중요한 사건을 담당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대기업집단의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 공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건, 주식이나 가상자산과 연관된 대규모 사긴 사건 등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사건도 많이 담당했었다. 늘 그런 사건들을 담당하다 보니, 야쿠르트 아줌마의 사건이 그 순간 상대적으로 작게 보였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해 봤던 사건 중에 가장 큰 사건이 뭐냐’, ‘기억나는 사건이 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 생각해 보면 국가적으로 이슈화된 사건도 생각이 나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우리 주변인들의 애환이 담긴 사건, 그리고 변호사의 도움을 통해 일상을 회복한 사건이 더 생각이 난다. 야쿠르트 아줌마 사건은 잘 해결되어 처벌받지 않고 마무리되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그리고 잘 해결된 이후 얼마나 안도했을지를 생각해 보면, 세상 어디에도 하찮은 사건은 없고, 모든 사건이 당사자에게는 너무도 중요하고 소중한 사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필자를 믿고 맡겨 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야쿠르트 아줌마, 그리고 야쿠르트 아줌마와 같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정직한 노력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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