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 수출 규모 확대…꼭지사과 유통 생산비 절감
지자체 첫 무료버스·민원처리기동반 등 보편 복지 실현
경북형 이색숙박시설 조성·사과축제 바가지요금 근절

윤경희 청송군수

‘지방소멸’은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를 위기감에 빠트리고 있다. 민의 소리를 좀 더 가까이서 흡입하고 소화해서 모든 행정에 녹여내기 위해 시작한 지방자치시대는 세계 최저 출산율, 인구 대도시 집중, 고령화, 농업쇠락이라는 큰 난관에 부딪혀 풀뿌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2만5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청송군도 위기의 한 중간에 있다. 그 소멸의 이유로 지적하는 문제들은 하나같이 작은 지자체가 풀어내기에는 벅차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작지만 강한 청송군’이라는 희망의 깃발을 내걸고 힘차게 출항한 민선 8기 윤경희 호(號)는 어느새 그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를 만나 지난 성과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출구전략들을 들었다.

△공약 실천 상황이 궁금하다.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미래를 선도하는 농촌, 보편적 나눔 복지, 상생 경제를 군정 목표로 세우고 각 부서에 공약사업 검토를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군민배심원단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73건의 민선 8기 공약은 ‘농업 시스템 혁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관광 기반 구축’, ‘청정 도시 환경 조성’, ‘하나 되는 보편적 복지 실현’, ‘소통과 협치의 공감 행정’에 방점을 찍었다.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비롯한 13개 공약은 이미 완료했고 나머지 공약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11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에 선정된 청송사과 해외 진출의 전망은 어떤가

-청송은 대한민국 최고의 사과를 생산하는 고장이다. 생산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치닫고 있다. 전국 1년 생산량 56만 톤 중 청송군은 약 6만 톤을 생산한다. 강원도에서 본격적으로 사과를 생산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격히 늘어 가격 폭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좁아진 국내 소비시장을 넘어 동남아 시장 공략은 청송사과의 세계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에 힘입어 동남아 시장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현지인들의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유리한 조건을 살려 군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로부터 300톤 수출 쿼터 승인을 받았다. 사과주스는 5년 동안 무제한으로 수출한다. 현재까지 수출된 사과는 인도네시아 현지 롯데마트, 헤르그룹, GS에서 판매되고 있다. 청송군은 향후 1만 톤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 3월 청송군 농산물 수출 촉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수출을 촉진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농업 혁신 위한 전략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군은 인건비와 재료비를 절감하면서 품질과 생산성은 높일 수 있는 미래형 과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산물 품질관리 센터 운영을 통한 과학적인 품질검사를 시행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높여갈 계획이다. ‘청송 황금사과 연구 단지’ 조성은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군은 올해부터 사과 꼭지를 치지 않고 유통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사과 꼭지 절단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연간 약 660억 원(55만 톤 기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꼭지 사과 유통은 생산비를 절감하고 사과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나눔과 보편복지 실현을 위한 정책들은.

-청송군은 대한민국 최초로 무료 버스를 운행하는 지방자치단체다. 대한민국 대중교통 시스템의 페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요금 무료화 정책을 급히 추진하는 모양새다. 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는 많은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교통사고는 줄어들었고, 지역경제는 활기를 띠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교통비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5일장을 가고, 목욕탕을 가고, 병원에 간다. 버스 이용자가 25%까지 늘었다. 청송을 찾는 관광객들은 무료버스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청송군은 노인인구가 40%가 넘는다. ‘8282 민원처리기동반’ 운영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이 겪는 생활 속의 작은 불편함을 가장 잘 녹여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원 현장에 출동한 기동반은 꺼진 형광등, 고장난 보일러, 막힌 싱크대 등 생활의 작은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친절한 이웃집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깨끗한 청송, 편리한 청송, 안전한 청송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는가.

-높은 삼자현에 가려져 있던 삼남지역은 삼자현 터널 개통으로 청송군의 중심으로 다가와 더 가까운 이웃이 됐다. 삼자현 터널은 화물업자들에게는 물류비를 줄여주었고 관광객들에게는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해주었다.

청송읍 중앙로와 금월로의 모든 전신주와 전선이 땅 밑으로 들어가면서 도로는 한결 넓어지고 보행자들은 더 안전해졌다. 현재는 진보면에서 전선 지중화 사업이 진행 중이며 국비를 더 확보해 다른 면에도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덕리 지구 정비를 위해 국비를 포함해 사업비 180억 원을 확보했다. 주택가 옆에 견사와 축사 19동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어 덕리 주민들은 오랫동안 악취와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 흉물인 견사와 축사를 철거한 부지에는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유치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고 스마트팜을 만들 계획이다.

△황금알을 낳는 관광을 위한 전략이 있는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청송사과축제’에 참여한 인원이 50만 명을 넘기면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쌓여가는 축제의 명성에 걸맞게 늘 다양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하려고 한다. 지난 축제 때부터는 축제장 내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을 펼쳐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도록 했다.

전국 최대 규모(약 4만2,000평)의 백일홍 정원인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올해 30여만 명이 찾았다. 특히 백일홍 단지 사이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황토 마사토 길은 맨발로 걷기에 최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맨발걷기를 체험하고 있다.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안심가로등이 설치돼 밤에도 환하게 길을 밝혀 야간에도 안심하며 산책할 수 있어 인근 마을 주민들의 건강 놀이터가 되고 있다.

청송군은 경상북도가 주관하는 ‘경북형 이색숙박시설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총사업비 100억(도비 50%, 군비 50%)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공모사업은 글로벌 K-관광선도와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시대를 여는 경상북도 2030 관광 비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산소카페 청송군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독창적인 최신 시설을 갖춘 이색숙박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치인으로서, 지자체의 행정수반으로서 철학이 있는가.

-삼권분립을 주창한 몽테스키외는 ‘민중은 평상시에는 천 개의 다리를 가진 것처럼 느리게 움직이지만, 역사적인 순간에는 천 개의 팔을 가진 것처럼 모든 것은 뒤집어 버린다’고 말했다. 민의 소리에 귀 막은 정치인은 언젠가는 민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다. 정치가 생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정치인은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밑에서 묵직하게 흐르는 민심을 읽어낼 줄 아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정치인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업가 출신이다. 사업이나 행정은 비슷한 면이 많다. 공리주의·실용주의가 지배한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이 무의미하듯이 주민에게 아무런 이익을 돌려주지 못하는 행정 또한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최대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행정을 선택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소수는 다른 방법으로 보상해야 한다. 군수로서의 바람은 우리 군민들이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인심이 넉넉하고 사람 냄새나는 생활공동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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