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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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신베이시(新北市) 한 고등학교. 투표소 직원이 투표용지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라이칭더”라고 크게 외친다. 타이완이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아날로그 방식의 수개표 작업을 하는 장면이다. 타이완에선 투표가 끝난 투표소는 10분 만에 개표소로 변한다. 투표함 바꿔치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투표함을 옮겨 한데 모으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손으로 한 장씩 접힌 투표지를 펼쳐 들고, 기표 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바를 정(正)자로 칠판에 결과를 적어나간다.

이미 투표에서 수개표 방식을 도입한 독일의 대표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타이완 선거에 대해 “개표 과정이 누구나 볼 수 있고 사진과 영상 촬영도 허용됐다”면서 “빈 투표함은 남은 표가 없는지 대중에게 다시 확인됐다”고 격찬했을 정도다. 타이완이 이처럼 확실한 수개표 작업을 하는 것은 선거의 무결성(無缺性·Integrity)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금 세계는 디지털 전체주의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 진영의 최전선이자 갈수록 호전성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 중국과 인접한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10월 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우리나라 선거 관리에 대해 합동 보안 점검을 한 결과 국제 해킹 조직이 마음만 먹으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투개표 조작을 할 수 있고, 사전 투표소 통신 장비에 USB만 꽂아도 선관위 통신망을 교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는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투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결성이 보장되는 공명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선거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많다. 정부가 올해 4월 10일 총선부터 수검표를 하겠다지만 자칫 혼란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 타이완처럼 수개표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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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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