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2005년 3월 미국 펜타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예방했다. 그는 책상 유리 밑에 깔린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CIA가 몇 달 전 촬영한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이었다. 불빛이 밝은 대한민국이 마치 섬처럼 떠 있었다. 중국 대련 쪽도 밝았지만, 그 사이에 자리한 북한은 암흑천지였다.

‘네오콘’ 대표 주자였던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 사진을 선물한다고 했다. 사진 한 장이 자유민주주의 우수성을 웅변으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밝은 한쪽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데 비해 어두운 쪽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독재체제’라 설명해 준다 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해 마지막 날 소셜미디어 X에 ‘밤과 낮의 차이’란 설명이 붙은 사진 한 장을 올렸다. 한반도 위성사진이었다. 20년 전 사진에 비해 해상도가 크게 개선되고 컬러화돼 남북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됐다. 북한의 심각한 전력 사정과 함께 낙후된 경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머스크는 한 나라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70년간 나눈 뒤 결과를 보자고 제안하며 이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자유진영에서는 ‘체제 경쟁의 종말 증표’로 이 사진을 읽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평화통일을 삭제하고 우리나라를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해야 한다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 최고인민회의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를 결정했다. 예고된 푸틴의 북한 방문도 심상찮다. 여기다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까지 성공해 자유진영이 긴장하고 있다. 북한이 산업화돼 남쪽처럼 밝아져야 한반도에 참된 평화가 올 듯하다. 자유체제의 우월성을 나타낸 위성사진이 슬프지만, 지금은 긴장의 지표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