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가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경기도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수도권 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부터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로 16개 팹(반도체 제조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인허가, 영향평가 협의 기간 단축, 신속한 용지 보상 등도 총력 지원하겠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투자계획을 접한 경북·대구는 물론 지방은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억제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지난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으로 도입한 ‘공장총량제’는 거론조차 않고 수도권 집중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까지 면제해 줬다. 반면 정부가 지난해 경북 구미시를 비수도권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했지만,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 방지를 위해 만든 공장총량제는 사문화시키고, 지방 발전의 발목을 잡는 예타는 철저히 지키게 해 국가 균형발전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한 영호남 대표도시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198.8㎞) 건설 특별법(이하 달빛철도법)’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예타 면제 조항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며 극구 반대하고 있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예타의 경제성 평가는 대상 지역의 인구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방은 불리하기 짝이 없는 독소 항목이다. 사실상 낙후지역은 굵직한 국책사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영호남 물류를 담당해 국가균형발전의 동맥이 될 달빛철도법은 1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사실상 21대 국회 내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2월 이후엔 설 명절이 끼어 있는 데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친 여야가 4·10 총선을 향해 공천 작업에 총력을 쏟을 때여서 처리가 불가능해질 것이 뻔하다. 사실상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지경에 몰렸지만, 정부는 냉담하다.

이 두 가지 예를 보면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얼마나 허황한 공수표인지 알 수 있다. 윤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도 지난 반세기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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