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자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자역위원회 위원·시인

3만 5000년 전에 크로마뇽인은 곰을 숭배한 기록을 남겼다. 고대 사회는 곰을 신성시했다. 우리의 단군신화도 그러하다. 암곰이 여인으로 변신해 웅녀가 되었고 하늘신 환웅과 결혼해 낳은 단군이 세운 나라가 고조선.

곰은 상상의 나래에서 사랑받는 짐승. 물론 진짜 곰은 완전히 다르다. 진정한 육식동물로 손쉽게 사람을 죽일 맹수다. 이따금 곰은 인간을 해친다. 빠르게 달리고 나무도 오른다. 만약 녀석의 공격을 받는다면 살아남을 가망이 없다. 곰은 놀라면 위험하다. 먼저 주변에 있음을 알리는 것이 최선이다.

곰의 쓸개인 웅담은 귀한 한약재. 작금 수출입이 금지됐다. 한국은 곰의 사육 종식을 선언했고 전면 폐지 협약을 체결했다. 19세기 사우디가 펴낸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는 최초로 곰을 다룬 얘기다.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흑곰을 총으로 쏘기를 거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 만화로 실렸고 그를 인자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이후 곰 인형에 그의 애칭인 테디를 붙이면서 장난감 ‘테디 베어’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그 열풍은 곰 캐릭터에 영향을 미쳤다.

곰은 세계 곳곳에 서식한다. 모두 8종이 있다. 중국의 외교관 ‘판다’도 그중 하나다. ‘이는 번식도 형편없고 먹이도 까다롭다. 사랑스럽지 않다면 예전에 멸종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게재된 기사다.

자연은 끝없는 착취를 용서치 않는다는 인류의 자각은 충격적 사건에 속한다. 생존력 면에서 바퀴벌레는 판다와 대척점에 있다.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음에도 미움받는 존재. 핵겨울을 견딜 유일한 동물로 본다. 인간에 이어 세계를 지배할 종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우주에 데려간 곤충이기도 하다.

판다는 귀공자 같은 외모를 가졌다. 식육목 곰과 동물로 주식은 대나무. 포획된 판다는 번식에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교미 영상을 찍은 판다 포르노를 보여주는 정성도 소용이 없었다. 이는 중국에만 산다. 그들은 판다 외교를 펼친다.

이를 포획해 서구 도시에 빌려주었고 중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는 홍보대사가 됐다. 귀염성 넘치는 판다는 인기가 대단했다. 중국은 판다 금화를 발행하고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로 삼았다. 판다는 대륙의 보물이자 쓰촨성 상징이다. 보전구역 40곳을 지정해 대나무 숲을 돌본다.

쓰촨성 성도인 청두 국제금융센터 건물을 넘는 판다 뒤태 조형물은 도시의 랜드마크. 번화가인 춘희로 거리엔 영어로 상호를 표기한 전문 매장도 있다. 판다 외양처럼 흑백 두 가지 단순한 색으로 대비된 간판이 친근했다.

영화 ‘테이큰 3’에도 판다가 등장한다. 남주가 생일을 맞은 처녀인 딸에게 판다 인형을 선물하자 자신이 일곱 살이냐고 퉁을 놓는다. 이에 전처가 남주를 책망하자 황급히 만류한다. 옆에 있는 판다가 듣는다며 다독이는 장면이 정겹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매년 감동적 장면을 찍은 사진을 선정해 발표한다. 2023년 100대 사진에 근래 용인 에버랜드에서 출생한 자이언트 판다 쌍둥이와 엄마가 뽑혔다. 2020년 태어난 푸바오는 그들의 언니다. 한때 그녀는 유튜브 인기스타. 무려 600만 넘긴 조회 수를 찍었다. 조만간 푸바오는 중국과 계약에 의거 만 4살이 되면 번식을 위해 모국으로 돌아간다. 저출산 한국을 닮지 말고 귀여운 새끼를 여럿 낳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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