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다른 매력으로 눈길 사로잡는 '문경 도보여행 1번지'

진남교반 가을전경.문경시 제공.
맑은 공기와 빼어난 절경이 지친 심신을 정화 시켜 주는 청정자연을 간직한 문경. 옛 과거 길이자 한양과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의 요지였던 이곳에는 빼어난 풍경을 감상하며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잘 조성돼 있다.

도보여행의 시작점은 진남휴게소다. 넓은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 후 오미자 테마터널 옆 산책로를 따라가면 웅장한 모습의 ‘고모산성’과 깎아지른 절벽에 놓인 ‘토끼비리’를 돌아볼 수 있다. 진남역 방향과 진남 옛길도 이곳에서 시작하면 좋다.

도보여행을 마치고 나면 휴게소 식당에서 허기를 달랠 수 있으며, 문경새재로 이동해 약돌 돼지나 약돌 한우, 족살찌개를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름철에는 오미자 테마터널(유료)로 들어가면 시원하게 땀을 식힐 수 있다.

주변에는 클레이사격과 권총 사격을 할 수 있는 ‘문경관광사격장’이 있어 이색 체험을 할 수 있고, 진남역에서는 철로 자전거도 탈 수 있다.



△아름다운 물돌이가 감탄사를 자아내는 진남교반

조령천과 가은천이 만나 영강을 이뤄 아름다운 물돌이를 형성하는 진남교반은 깎아지른 절벽과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가 어우러져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진남교반은 벚꽃이 만발하는 봄과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풍치를 감상할 수 있다.

진남교반을 좀 더 제대로 즐기려면 신현2리 마을회관에서 시작해 영강을 따라 진남휴게소를 지나 진남역까지 이어지는 ‘진남 옛길’을 걸어보아도 좋고, 고모산성에 올라 진남교반 전체를 한눈에 감상해도 좋다. 두 코스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천천히 걸어볼 수 있다. 다만, 고모산성으로 오르는 성곽길은 계단이 많고 가파르니 성곽 옆 오솔길로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고모산성 성곽.문경시 제공.
△깎아지른 절벽 위에 우뚝 선 고모산성

진남교반(鎭南橋畔)을 사이에 두고 어룡산(魚龍山)과 마주 보고 있는 고모산(姑母山)에 자리한 고모산성은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다. 길이 약 1.6㎞, 성벽 높이 2~5m, 너비 4~7m인 산성은 약 470년경에 군사 방어용으로 지어진 석성(돌로 만들어진 성)이다. 신라, 백제, 고구려의 접경이 가까워 종종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던 이곳은 고려 시대 이후 큰 전투기록이 없다가 조선 말기 ‘운강 이강년 선생’을 필두로 한 ‘항일 의병 전투’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다시 기록에 등장한다. 고모산성 주변에는 성황당(城隍堂)과 토끼비리 등이 남아있으며,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군 73기가 분포돼있다.

진남휴게소를 지나 ‘오미자테마터널’ 옆으로 오르면 고모산성의 관문인 ‘진남문’이 굽어보듯 산길을 지키고 있다. 고모산성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진남문을 지나 계단이 많고 경사가 가파른 성곽 위로 빠르게 오르거나, 성곽 옆 완만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는 방법이 있다. 산성 위로 오르면 마치 연꽃을 닮은 진남교반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빠진 숨을 가라앉히며 성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청량감을 준다. 이곳은 오랜 시간 등산을 하지 않아도 마치 높은 산 위에서 보는 듯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웨딩 촬영 장소이자 MZ세대에게는 SNS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봄·가을에는 산성 주변의 고모산과 오정산, 어룡산이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어 진남교반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토끼비리.문경시 제공.
△태조 왕건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토끼비리

고모산성의 성문인 ‘진남문’에서 남쪽 성곽을 따라 이동하면 ‘토끼비리(토끼 벼루 또는 토천)’라고 하는 잔도가 나온다. ‘비리’란, ‘벼루’의 사투리로 절벽으로 길이 없는 곳에 바위를 깎고 나무로 이어 길을 만든 것을 말하는데, 이를 ‘잔도(棧道)’라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하다 이곳에서 길이 막혔을 때 토끼가 절벽을 타고 길을 열어주어 토끼가 지난 곳에 길을 만들고 ‘토천’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길은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고 험해 조선시대에도 한양과 영남을 이어주는 ‘영남대로’ 중 가장 험한 길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은 정비가 잘 되어있어 오정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연결돼있다.

진남문 옆 고모산성 남쪽 성벽 아래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나무계단으로 만든 잔도가 시작된다. 중간중간 큰 바위와 돌길을 지나 깎아지른 절벽 위를 지날 때면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추락 방지 안전줄이 설치돼있지만 그래도 수직에 가까운 절벽 아래를 보면 아찔하다. 그러나 뛰거나 장난치지만 않는다면 안전하다.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보면 평평한 흙길이 나온다. 이 길로 조금 더 이동해 절벽 위로 튀어나온 바위 위에 오르면 이번엔 고모산성과 어우러진 진남교반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진남교반과 진남옛길 벚꽃.
△벚꽃 여행의 끝판왕, 진남교반과 옛길

고모산성과 영강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진남교반 일대는 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안구 정화 포인트다. 문경새재 방면으로 진남휴게소를 조금 지나 신현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너 시작되는 ‘진남 옛길’은 조령천을 따라 약 1.5㎞를 도보로 이동하며 벚꽃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진남휴게소에서 철교를 건너 진남역까지 걸어도 좋다. 철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진남역 앞 강가는 차박 성지로도 유명하다.

진남휴게소 부근도 고모산성과 진남교반이 벚꽃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한다. 고모산성 위에서 진남교반 물돌이와 벚꽃을 함께 즐겨도 좋고, 밤에 불이 들어오는 다리에서 분위기 있는 사진을 촬영해도 좋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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