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장
한희원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장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9일 간부 회의에서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금 상황은 ‘초저출산과의 전쟁 선포’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서에서 팀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만 하더라도 합계출산율 5.95로 다산국가였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구호로 오히려 저출산을 유혹했었다.

한 나라의 국가 인구가 유지되기 위한 유지출산율은 2.1이다. 그런데 이 유지출산율 2.1이 1984년 깨졌다. 그때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조치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치싸움 등으로 2022년 현재 OECD 유일의 합계출산율 1미만(0.78) 국가로 세계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대로라면 세계 꼴찌인 합계출산율은 0.5명 선까지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저출산과 전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전쟁에서는 물자를 아낄 여유가 없다.

이 지사의 지적처럼 저출산은 국가안보 문제이다. 인구감소는 국가소멸 대재앙을 가져오는 국가위기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신생아는 2025년 22만 명, 2072년 16만 명으로 줄어든다. 북한의 위협은 높아만 가는데 총을 들 군인이 태부족하게 된다. 미국 CNN방송도 “병력의 현대화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 한국의 가장 큰 적”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의 추계로는 50만 병력구조의 국방정책과 대학교 입학정원 40만을 전제로 한 교육정책은 유지될 수가 없다.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준다. 경제성장 동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노동 경제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 수급자는 늘어난다. 보험료를 낼 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사회보장체계는 붕괴된다. 사회복지 정책도 쓰나미를 맞는다.

저출산과의 전쟁은 기약 없는 전쟁, 적이 불분명한 전쟁, 확실한 무기가 없는 전쟁이다. 전쟁의 1차 목표는 현재의 합계출산율 0.78명을 유지하다가 반등시키는 것이다. 최종목표는 유지출산율을 높여 인구증가 동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전쟁 기간은 주된 출산 여성 연령(31~35세) 인구가 150만 명 선으로 그럭저럭 유지되는 2032년까지이다. 이때를 지나면 이제 임신가능한 한국 여성은 급격히 감소한다. 전쟁을 치를 병력이 없다.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의 위중성을 인식하는 것에 있다. 저출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식변화를 포함하여 경제적·사회적 대변혁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국가소멸을 가져오는 국가안보 쟁점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벼랑 끝 목숨을 거는 각오로 저출산과의 전쟁 선포”를 함으로써 그 위중성을 일깨워준 이 지사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지역 신문들도 “超저출산과의 전쟁, 경북의 선도적 노력 주목한다”라는 제하의 사설로 응원했다.

필자는 앞으로 한두 차례 더 본지 칼럼으로 저출산에 대해 성찰해 보려 한다. 가정은 존재의 기틀이다. 가족은 인격 형성의 기초이다. 사람은 국가와 사회의 생명력이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은 사람이 그리는 무늬, 즉 인문학이다. 구성원 모두의 총체적인 고뇌로 도출된 아이디어가 최고의 무기인 이유이다. 아프리카의 속담은 혜안을 준다. “어린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기대하라, 경상북도가 나섰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