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대망의 갑진년. 청룡이 푸른 서기를 안고 비상하기를 바라는 신춘 벽두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가. 민주주의를 입버릇처럼 표방하는 정치판에 증오와 저주의 테러행위가 일어나다니. 국민을 잘살게 해 주겠다는 정치지도자들이 오히려 국민의 짐이 되고 있다. 걱정스럽다.

정치인들은 이기려고 무리수를 둔다. 무조건 이기려 한다. 좋은 정치보다는 일단 이겨놓고 보자는 심산이다. 프로야구나 축구 등 운동경기에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좋은 경기를 펼쳐 승리하면 환호하고, 잘못하여 패하면 격려해야 한다.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선수가 되려고 혈안이 되거나, 이기면 환호하고 지면 분노하는 펜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 이기려 들지 말자. 인생살이에서 이겨서 지고, 져서 이길 때가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다.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는 말이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호강에 빠진 소리가 되고,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실직자에게는 배부른 투정이 될 수 있다. 상대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악(惡)에 받쳐 살지 말자.

사람이나 세상을 이기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 마라. 사람을 억지로 이겨서 얻는 건 원망과 저주(咀呪)고, 세상(世上)을 억지로 이기면 욕(辱)과 적(敵)과 상처(傷處)가 남는다. 지지 않으려는 심리의 발동으로 보복 운전을 한 국회의원에게 남은 건 망신뿐이었다.

너무 나서지 말자. 바둑 두는 곳에 훈수꾼이 있다. 정치판에 훈수꾼이 너무 많다. 물러앉은 대통령, 정당의 전 대표, 현직 광역시장, 어중이떠중이 언론인, 똑똑함을 자처하는 훈수꾼이 정치판을 어지럽힌다. 덕담(德談)은 없고 헐뜯는 훈수다. 그들이 세상을 버려놓았다. 世上이 아름다운 건 배려가 있기 때문이고, 삶이 아름다운 건 미소(微笑)와 친구(親舊)가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어리숙해도 현명한 사람이 있다. 어리숙한 사람과 어울릴 때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야 현명하다.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언어로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남을 이끌어갈 수 있다. 상대를 죽이는 공격수가 되려고 애쓰지 마라. 비인간적이기도 하지만, 그 수법에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

사람이 너무 빈틈없어도 문제다. 한 치의 착오도 없음을 큰소리하는 지도자를 더러 본다. 거짓말이다. 청문회 자리에 흠집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빈틈은 덮어두고 남에게 강요한다. 세상을 숨 막히게 만든다. 브레이크에도 유격(裕隔)이 있다. 상대의 빈틈을 찾아 공격하기에 골몰하지 마라. 아군과 적군으로 편 가르지 마라.

좀 부족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도자가 부족함 없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부족함을 알고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사람이 선생이고, 다스리면서 배우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진짜 어리석은 사람이, 똑똑한 척하는 사람이, 이해득실을 쫓아 머리 굴리는 사람이 항상 트집을 잡는다.

이기려고 몸부림칠수록 정당성에서 멀어지고, 무리수를 두고, 세상을 어지럽힌다. 패거리를 만들어 싸운다. 좋고 아름다운 것을 살피는 눈이 아니라, 남의 약점 찾기에 급급한 핏발선 눈이 된다. 상대의 약점 한 건 잡았다고 떠들다가 헛다리 짚고 얼굴 붉히는 정치인이 국민을 분열시킨다. ‘된 사람’보다 ‘난 사람’이 되려는, 흠집 내기, 탓하기, 뒤집어씌우기 선수가 여기저기 보인다. 불신 풍조 조성하지 마라. 망국적 당파싸움 중에도 남인 허목의 비상이 든 약방문을 서인 송시열이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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