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후한(後漢) 수도 낙양(洛陽)을 코앞에 둔 사수관(汜水關).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사수관은 전략적 요충지다. 황실을 손에 쥐고 폭정을 휘두르는 동탁을 토벌하려고 제후들이 연합군을 결성해 사수관에 집결한다. 하지만 동탁의 장수 화웅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연합군 장수들이 사수관 돌파를 시도했지만, 목만 잃고 말았다. 화웅은 한술 더 떠 연합군 진채 앞까지 진출해 싸움을 걸어왔다. 뛰쳐나간 장수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맹주 원소가 긴 한숨을 지었다.

“화웅의 목을 내가 베 오겠소.” 유비와 의형제를 맺은 관우였다. 벼슬 낮은 관우를 마뜩찮아하던 원소가 따뜻하게 데운 술 한 잔을 권했다. 이승의 마지막을 위로하려는 잔이었다. “술잔은 그대로 두시오. 돌아와 식기 전에 마시겠소.”

서울 마포 을 지역구가 22대 총선 최대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이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경쟁할 것”이라며 김 위원의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한 위원장은 “정 의원이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정치, 이재명 개인 사당화의 상징”이라며 자객공천을 천명한 것이다.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올 것을 약속합니다.” ‘조국흑서’ 공동 저자인 김 비대위원은 “낡은 시대와 이념 청산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며 정 의원을 꺾겠다는 의지로 화답했다. 관우는 약속대로 화웅의 목을 창끝에 매달고 돌아 와 식지 않은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동탁은 결국 낙양을 포기하고 장안으로 천도해야만 했다.

재야 운동권 출신인 늦깎이 정치 초년생 김 위원과 이재명 대표의 복심 중 복심 정청래 의원의 명예결투. 삼국지 최대 혈전 중 하나인 사수관 전투를 비장하게 꺼내며 전의를 다진 김 위원이 식지 않은 술잔을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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