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또 끔찍한 간병 비극이 일어났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80대 부친을 돌보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17일 발생했다. 지병을 앓는 가족을 오랜 기간 보호자가 돌보다가 결국 환자 살해를 선택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이 대구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 남구서 1급 뇌 병변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을 40년 가까이 돌봐온 60대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식사와 목욕 등 간병에 온 힘을 다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에서는 지난 2021년에도 ‘간병 살인’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수성구의 한 주택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를 간병하던 아들이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당시 22살이던 청년은 10년 전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다. 2020년 9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아왔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부친은 혼자서 용변을 보는 것은 물론 식사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청년은 2021년 4월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퇴원 다음 날 청년은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청년은 더 이상 간병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아버지에게 약을 주지 않고 음식도 일주일에 10번만 드렸다. 청년은 그해 5월 1일부터 아버지에게 음식과 물을 드리지 않고 방치했다. 청년의 아버지는 퇴원한 지 보름 뒤인 5월 8일 영양실조와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의 아버지가 숨진 날은 공교롭게도 어버이날이었다.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청년은 4년 징역형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간병 살인 예방을 위한 국가적인 돌봄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잊힐만하면 비슷한 ‘간병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간병 부담 경감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 대구의 사건에서처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관할 지자체도 건강보험공단도 “관리 대상 아니었다”고 한다. 보다 친절한 돌봄 복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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